#. 평소 독서를 즐기는 정길균(45) 씨는 한글날을 맞이해 독서 모임에 참석했다. 독서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분명 있었지만 무엇보다 한글날에 대해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싶었던 취지에서다. 정 씨는 이날 한글날을 단순히 ‘빨간날’로만 기억할 것이 아닌 조금이나마 한글에 대한 역사와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었던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

#. 중학교 교사인 김준연(30) 씨는 평소 한글에 대한 사랑이 끔찍하다. 당연히 교사로서 학생에게 한글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한글의 과학과 역사에 대한 존경 때문에서다. 점차 독서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김 씨는 무조건적인 독서 장려보단 학생들이 책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한글 가르치기에 열을 쏟고 있다.

어느덧 훈민정음 반포가 573돌을 맞이했다. 전국 곳곳에선 한글날을 기념해 백일장이 열리는 동시에 독서 모임도 활발히 이뤄졌다. 더욱이 한글과 관련된 특허가 매년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13일 특허청에서 한글 글자체 디자인 출원 동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글 글자체를 디자인 권리로 보호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현재까지 모두 852건이 출원됐고 이중 584건이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2005년 도입 첫 해에 6건에 불과했던 출원량이 해가 갈수록 증가해 2011년엔 97건으로 최대 출원량을 기록한 바 있고 지금까지 15년간 연평균 57건이 출원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영문과 숫자 글자체가 같은 기간 각각 37건과 27건의 연평균 출원량을 보인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한글 글자체의 개발과 출원의 증가는 기업과 기관, 지자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전용 글자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폰트는 공짜’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글자체를 사용하는 것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사회적 인식이 전환된 것은 물론 개인이 글자체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이 확충된 것 또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여전히 수백만 명의 성인이 한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율이 2008년 기준으로 98.3%에 달했지만 말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성인문해교육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문해 단계(수준1)의 성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7.2%인 311만 명이다. 또 기본적인 문자 해독은 가능하지만 일상생활 활용이 미흡한 단계(수준2)의 성인 인구는 5.1%인 217만 명이며 단순한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공공과 경제생활에서의 읽기, 쓰기, 셈하기가 어려운 단계(수준3)의 성인 인구는 10.1%인 432만 명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글을 읽을 수 있지만 복잡한 내용의 정보는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이 10명 중 2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지역 내 한 대학 교수는 “정부가 독서 장려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면서 “독서율을 높이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독서의 기본인 한글을 가르치는 것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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