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시민들의 제안을 통해 발표한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 추석특집'에 따르면, 제안에 참여한 1170명(여성 834명, 남성 336명)의 참여자 중 80%가 명절에 성차별 언어와 행동을 경험했다.

올해 재단이 2044명(여성 1556명, 남성 488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에서 '2019년 설 명절은 얼마나 평등하다고 느꼈나'라는 질문에 여성은 100점 만점에 44.05점, 남성은 67.13점이라고 답했다. 이 중 '명절에 성평등을 전혀 경험할 수 없었다'는 응답자는 129명이었고, 여성이 127명, 남성이 2명이었다. '이 정도면 세상이 좋아졌다. 성평등하다'라고 응답한 사람의 수는 80명으로, 여성은 33명, 남성은 47명이었다.

시민들이 바꾸자고 제안한 단어 역시 성평등 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먼저 남성 쪽 집안을 부르는 말은 '시댁', 여자 쪽 집안을 부르는 말은 '처가'다. 시댁만을 높여 부르지 말고, 처가와 마찬가지로 '시가'라고 부르자는 의견이 제안됐다. 시댁과 같이 처가를 높여 '처댁'이라고 부르자는 의견도 있다. 외가라는 표현도 지적됐다. 외(外)라는 한자가 바깥을 뜻하기 때문에, 친(親)가라는 표현보다 거리 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친가, 외가라는 말 대신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오래전부터 관습으로 써오던 가족 내 호칭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성차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장인, 장모, 시아버지, 시어머니 등 처가와 시가 어른들을 구분해 부르는 호칭도 어머님과 아버님으로 동일하게 사용하자고 시민들은 제안했다.

2012년 국립국어원이 낸 '표준 언어 예절'에 따르면 남편 동생은 '도련님' '아가씨'로, 아내 동생은 '처남' '처제'로 부른다. 남편의 가족들에게는 존칭을 사용하지만, 아내의 가족에게는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립국어원에서 실시한 '일상 속 호칭 개선 방안'에 참여한 여성 응답자의 94.6%와 남성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8%가 '도련님·서방님(남편 여동생의 남편)·아가씨'라는 호칭을 바꾸자'고 답했다.

가족 간의 호칭에 대한 이의제기가 계속되자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019 건강가정 기본계획'에 성평등한 가족 호칭과 관련된 개선안을 담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공청회와 방송토론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개선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권고안이 사회에서 수용되면 국립국어원과 협의해 표준어를 변경할 수도 있다. 지난 1월 국민 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에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6.6%가 '호칭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고, 도련님이나 아가씨 등의 호칭을 '처남' '처제'처럼 '부남' '부제'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