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지훈(40) 씨는 명절이 썩 반갑지 않다. 누구에게는 오랜만에 친척들과 만날 수 있는 황금 같은 연휴일 테지만 김 씨에겐 그간 밀렸던 일을 처리해야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김 씨가 회사에 입사한 지도 어느덧 5년째지만, 입사 후 지금껏 일에 치이면서 ‘명절다운 명절’을 보낸 지도 까마득하다.

이른 한가위가 어느덧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고 있다. 명절은 무엇보다도 잠깐이나마 일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못 만났던 사람을 만나며 자신을 재정비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모처럼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간임에도 밀린 일을 처리해야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자의든, 타의든 일에 중독된 이들 말이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 4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5.1%가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했다. 번아웃증후군은 업무량이 많고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일중독증(워커홀릭)으로 인한 폐해다.

일중독증이라고도 불리는 증후군은 가족이나 고향 친구보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집안 행사도 자신이 하는 일에 방해가 될 것 같아 귀찮아한다. 자신과 가족의 욕구를 제쳐둔 채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직장이나 일이 사라진 순간 몰려올 공허감은 상상 이상이다. 매 순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가정이나 인간관계의 틈을 매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사이 고독한 시간을 맞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대전 내 한 병원 관계자는 “현대인이 겪게 되는 각종 증후군들은 일종의 ‘마음의 병’이다. 남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과 조금 다른 삶을 살게 되면 패배자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사람들을 떠밀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잠시 멈춰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일중독증 자체는 정신과적인 병명은 아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보통 경제력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 등에게서 나타난다”면서 “치료는 우선 환자 자신의 의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독서 등의 취미생활과 여유를 갖는 등 습관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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