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써오고 있는 단어들이 흔들리고 있다. 사전적 뜻이 변하거나 단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요인 중 하나가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젠더 감수성 문제이다. 국어사전에 수록된 성차별 단어들에 변화가 일고 있다.

미망인의 사전적 뜻은 '남편과 함께 죽어야 하는데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따라가야 한다는 중국 고대 순장 제도가 그 배경이다. 남성 중심적 가치관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지난 2017년 표준국어대사전은 미망인을 '남편을 여읜 여자'로 개정했지만 지금도 부연 설명에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이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여교사, 여류작가, 여직원, 여교수, 여의사, 여군 등의 단어도 불편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건 비슷하다. 한 국문과 교수가 지난 2017년 국립국어원 새국어생활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여교사' 등은 남성형을 기본으로 해 여성형을 파생시킨 단어로 여성을 남성의 종속적 지위에 두는 여성 차별 표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필종부', '여편네', '부엌데기' 등의 단어와 '표독스럽다', '꼬리치다', '섹시하다' 등도 여성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외모를 특정 방향으로 본다는 점에서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표현이지만 젠더 감수성이 높아짐에 따라 성차별적 요소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는 사례는 또 있다. '저출산'이 대표적이다. 저출산은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뜻으로 저출산의 사회적 문제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다분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유모차'도 비슷하다. 사전에는 '어린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로 규정돼 있지만 단어 자체에 '()'자만 들어가 있기 때문에 평등육아 개념에 반대된다는 것이다. 이들 단어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저출생' '유아차'. '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것' '아이가 이용하는 차'라는 뜻으로, 아이가 주체가 된다. 유모차를 유아차로 바꾸는 내용은 이미 법률 개정안으로도 발의된 상태다.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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