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점업계 1위인 교보문고가 전자책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개시한 가운데 출판업계 분위기가 양분되는 모습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구독 서비스 경쟁이 콘텐츠 양극화를 자극하고 출판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는 최근 첫 달엔 무료, 그 이후 월 9900원에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일명 (sam)무제한’. 교보문고가 기존에 월정액 서비스로 운영해 온 ‘sam’2~12권 대여로 한정되지만 ‘sam무제한31000권 모두를 이용할 수 있는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체 13만 권을 대상으로 했던 sam보다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교보문고는 향후 매달 수천 종씩 추가할 계획이다.

국내 1위 서점까지 가세하면서 전자책 구독 시장에 뛰어들면서 출판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17년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는 최근 유명배우들을 잇달아 광고 모델로 내세우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고 지난해엔 온라인서점 1위인 예스(YES)24도 단돈 5500원에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에 비하면 교보문고의 출발이 조금 늦었지만 10여만 권에 달하는 전자책 데이터베이스로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출판업계에서는 걱정의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시도는 좋지만 혹시라도 구독이 반복적, 다량으로 일어날 만한 대중서를 위주로 시장이 편중될 경우 사회과학·인문학 서적 등은 외면 받는 이른 바 콘텐츠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상당수 전자책은 종이책에서 변환하는 직접제작비만큼도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다구독모델이 전면에 나서면 팔릴 만한 전자책 위주로 생산이 편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냉담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출판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선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독서량이 그만큼 성장할지 모르겠다구독 서비스가 구매로 이어지는 미리보기 효과가 될 지, 전자책이나 종이책 시장까지 잠식하는 악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선규 기자 yongdsc@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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