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9살 무렵 금강 대청댐 공사로 인해 수몰민이 돼 고향을 떠나와 옥천을 거쳐 대전에 정착,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10년 계간 로 등단한 그는 고요한 카리스마를 지향하는 천상 서정시인이다. 뉴스앤북이 김채운 시인을 만났다.

초등학교 6학년 문예부가 그에게 펜을 들게 했던 시작이었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남들 앞에 제대로 서지도, 의사소통을 해보지도 못한 기억이 글과 친구를 하게 했다. 그리고 우연히 오빠의 책장 속 한국단편집에서 만난 날개의 작가 이상이 그의 우상이 됐다. 김 시인은 그 책을 발견한 후 이상 그 이상의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대학원에서 석사 논문을 이상의 작품을 주제로 썼으니 체면은 좀 섰다고나 할까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그는 인권을 문학의 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서로 질시하고 핍박하며 심지어 타인의 목숨까지 함부로 해하려는 무리들을 맞닥뜨리는 일이 부지기수인 세상에서 선 순환하는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단절시키려는 자들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오래된 생각 때문이다. 그는 문학인들은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고 행복한 삶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약자의 편에 서서 함께 싸우고 때로는 거짓된 욕망을 폭로하며 은폐된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깨어 있는 작가로서 그것이 정의로운 일이라면 목숨까지 내어놓고 싸울 각오가 돼 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시를 써오는 그에겐 특이한 습관 아닌 습관이 하나 있다. ‘조심스런 접근성이다. 김 시인은 시는 타인에게 말걸기다. 섣불리 아무 말이나 건넬 수 없으니 일단 내 안의 것들, 소소한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꺼내놓는 방식이라며 이젠 좀 과감해져서 진실을 담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히 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시인으로 살고 있지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그가 서 있는 삶의 터전 대전은 예술의 불모지까지는 아니어도 문화적 다양성과 깊이에서 빈약하다는 게 냉정한 판단이다. 달리 말하면 예술적 자극이 적다는 것이다. 그 해결은 결국 현장에 선 그들의 몫이다. 그는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우리들 스스로가 극복해야 할 몫임엔 틀림없다이와 함께 최소한 예술가들의 생존을 위한 배려, 존중이 필요하다. 모쪼록 예술가들이 맘껏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자꾸 판을 벌여주고 힘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희망했다.

이선규 기자 yongdsc@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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