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소장 책 속 '사인' 비밀 마침내 풀렸다(사진=이육사문학관)

독립운동가 이육사가 소장했던 책에 쓰여진 '서명'의 비밀이 마침내 풀렸다.

18일 이육사문학관에 따르면, 지난 16일 육사 이원록 시인의 순국 78주기 추념식 자리에서 육사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와 자료가 처음 공개됐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지금껏 주인을 알 수 없었던 정체불명의 ‘사인’(sign)이었다.

의문의 사인은 이육사가 소장한 책으로 알려진 일본어책 '예지와 인생(叡智と人生)(포르튀나 스트로프스키Fortunat Strowski(1866-1952) 지음, 오사와 히로미大澤寬三 역, 동경, 第一書房, 1940년)' 속표지에 남겨진 것이다. 속표지엔 의문의 사인과 함께 '육사(陸史)'라는 전서체(篆書體)의 한자로 된 이육사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어 책 주인이 이육사인 것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인의 주인을 이육사라고 지금까지 확정할 수 없었던 이유는 흡사 영문자처럼 보이는 사인을 연구자들조차 해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이 의문은 전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곳에서 풀렸다. 최근 열린 한국국학진흥원이 마련한 '선비아카데미' 강좌에서다.

‘사인’을 해독한 사람은 당시 강연을 듣고 있던 법무사 사무소 직원 ‘정성훈’ 씨였다.

연사인 손병희 이육사문학관장이 이 ‘사인’을 해독할 수 없어 서명의 주체를 알 수 없다고 하자, 그가 ‘사인’을 거듭 살펴 그동안 궁금증을 자아내기만 했던 ‘사인’의 비밀을 푼 것이다.

이육사 소장 책 속 '사인' 비밀 마침내 풀렸다(사진=이육사문학관)
이육사 소장 책 속 '사인' 비밀 마침내 풀렸다(사진=이육사문학관)

‘사인’의 비밀은 이육사가 자신의 다른 이름인 ‘이활’(李活)을, 뒤집어 보아야 알 수 있도록 썼다(‘미러 라이팅’mirror writing)는 데 있다. ‘사인’을 반전시키면, 놀랍게도 ‘이활’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 쓴 것이다. 이육사 순국 후 78년, 이육사 출생 후 118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마침내 ‘사인’의 주인이 ‘이육사’임이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다.

이와 함께 공개된 자료는 이육사 시인의 아우이자 언론계에 종사했던 이원창(李源昌)의 엽서 4점이다. 이원창은 ‘남선경제일보 인천지국’, ‘조선일보 인천지국’, ‘매일신보 인천지국’ 등에서 활동했으며, 1944년 1월 형 이육사 시인의 유해를 북경에서 인수해 귀국한 인물이다. 이 엽서는 이육사 형제들의 친인척 관계와 일상생활의 모습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육사문학관은 이육사의 개인사를 좀 더 심층적으로 밝히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육사와 관련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육사문학관은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북도, 안동시의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앞으로 3년 간 ‘이육사 기록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이육사문학관 관계자는 "이육사의 개인사를 좀 더 심층적으로 밝히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육사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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