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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 시인
김규나 시인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제 삶의 이야기를 먼저 전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인생의 마디마디를 짚어보면서 시집 속에 제가 걸어온 길을 담아봤어요”.

시인 김규나 씨는 대전문화재단 지원금 수혜를 통해 등단 1년 반 만에 첫 시집 ‘꿈꾸는 엘리베이터’(도서출판 시와정신)를 품에 안았다.

지난해 여름 출간된 이 책은 1부에서 4부까지 60여 편의 시가 118페이지로 엮여있다. 코로나19로 다소 침체된 문단 상황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해온 김 씨의 피나는 노력은 시집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에서 새로운 이미지의 조형성을 얻어내는 동시에 풍부한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풀어낸 그는 “아마도 지원금을 받지 않았다면 시집 출간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사업 지원 신청 당시의 심정과 막상 선택됐을 때의 마음이 달랐기 때문이죠. ‘과연 이것을 시라고 책으로 엮어 출간해도 괜찮을까?’란 의구심도 들었어요. 그런 제게 김완하 시인이 ‘아무나 시와정신으로 등단시키지 않는다’며 용기를 준 덕분에 수월하게 시집 출간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참 감사하고 뿌듯하죠”라고 웃음지었다.

김 씨는 가볍지만 진중한 삶의 이야기를 시집 속에 녹여냈다. 다채로운 기법을 통해 담아낸 시에선 그의 삶의 목소리가 진하게, 때론 깊게 묻어나온다. 그는 “시집 속 ‘간이 밴다는 것’ 같은 경우도 거제도에서 잡아 온 생선을 보면서 쓴 시예요. 문득 ‘바다에서 생을 탕진한 물고기인데, 왜 짠 물이 들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하며 쓰게 됐죠. 대부분 체험과 사유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집 제목이 ‘꿈꾸는 엘리베이터’가 된 이유에 대해선 “모든 사람들의 꿈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집 제목을 정했습니다. 한마디로 희망이죠. 사각 상자인 엘리베이터도 꿈을 꾸듯 사람들도 마음속에 간절한 소망을 품길 바랐어요. 가볍지만 그 안에 담긴 시적 감정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부연했다.

김 씨는 사물을 바라보는 깊은 안목을 다정다감하게 가르쳐주던 부친과 어린 시절, 사물을 기억하고 고마움을 시집에 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잔병치레를 자주 한 탓에 부친이 직접 침술을 익혔던 추억까지도 그의 시에 녹아들어 있다. 그는 “아버지는 자식들을 상당히 엄하게 키우셨지만, 다정다감했어요. 이야기도 재밌게 잘해주시고, 사물 하나를 설명할 때도 바로 말하지 않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설명해줬죠. 아버지가 그때 들려준 이야기를 적어 놨다면 모두 시가 됐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덕이라고 생각하곤 해요”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의 시집은 무수히 많은 퇴고의 퇴고를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됐다. 시집을 내놓으면 시인에게서 시가 떠나 독자의 것이 된다는 이유에서 김 씨는 탈고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무엇보다 탈고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이제 시집으로 엮어 내보내면 시가 저에게서 떠나 독자의 것이 되기 때문이에요. 신부를 신랑에게 시집보낼 때 잘 단장해 보내는 것 같았죠. 물론 아직 그만한 실력에 미치지 못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런 김 씨에게 시가 다가오는 시간을 묻자 ‘문득’이란 단어를 꺼냈다.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깨달았을 때 시가 다가온다는 것이다. 김 씨는 “‘문득’이란 단어가 제 머리를 지나가며 ‘아’하고 감탄사가 느껴질 때 시가 저에게 오는 것 같아요. 제가 사유를 많이 하는 편이라 심적으로 자극을 받았을 때 그 스트레스를 글로 풀어내곤 하죠. 제 삶에서 시를 쓴다는 건 카타르시스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 그 어디서도 느끼지 못하는 행복감을 맛봤기 때문이죠. 그 후로 중독처럼 글쓰기에 몰두했어요”라고 부언했다.

문학과 친해지게 되리라 생각도 못 했던 김 씨가 등단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다른 시인의 시를 보고 사유하는 것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에 ‘시인’이란 이름으로 자신이 쓴 시를 발표하리라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김 씨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문학인을 꿈꿔왔던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 등단하기 전에도 주변에서 저를 글 잘 쓰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어 좀 의아했죠. 결정적으로 국문학과 근처에도 가지 않은 제게 지인들이 당연히 국문학과를 나왔다고 치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운명처럼 다가온 문학을 결국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문학, 시가 뭔가를 알아보면서 등단의 관문도 거치게 됐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자신을 인복과 일복을 두루 겸비한 사람이라고 말한 김 씨는 문인 단체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일이 넘쳐나 힘들 때도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그렇게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기 때문이죠. 불과 몇 해 전 지리산에서 실족사고를 겪었는데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절 살려줬습니다. 기적적으로 몸 하나 상하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이후로는 감사라는 단어가 더 친근해졌어요”라고 소회했다.

김 씨는 '건강'을 새해 소망과 목표로 꼽았다.

그는 “누구나 소망하는 첫 순위는 건강일 것입니다. 목표라고 한다면 좀 더 아름다운 사회로 나아가는데 문화 예술이 일조를 담당할 수 있기를 바라죠. 제가 지인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순조롭게 잘 진행됐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 박사과정과 논문, 그리고 가정의 건강과 화목을 꿈꾸고 있죠”라고 낙관했다.

◆ 김규나 시인은?

김 씨는 지난해 ‘시와정신’ 봄호를 통해 등단했다.

현재 한남대 사회문화대학원 석사학위를 받고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한국문인협회 대전시지회 사무국장, 시와정신회·대전문인협회·대전글벗문학회원, 서사와문체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작년 대전문협 겨울 문학제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문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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