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사가 연일 방송되고 있다. 코로나가 전 세계에 창궐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 왜 갑자기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해지다가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이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리적 관계를 설명한 적이 있던 것이 생각나 그 책을 다시 읽어 보았다.

이우진 SK기술원 연구원
이우진 SK기술원 연구원

출간한지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국제정세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내용에 다시금 지리의 힘과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국가가 위치한 지리적 영향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포함해 미국이 왜 강대국이 될 수밖에 없는지, 중국은 왜 하나의 중국을 외치며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주변국에 긴장을 유발시키는지, 유럽은 어떻게 근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며, 대한민국이 중국과 일본의 침략을 수없이 받을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미국은 천혜의 요새이다. 동서로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방벽에 둘러싸여 있으며 천연자원을 보유한 거대한 대륙을 소유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땅은 미국의 독립전쟁 이후 영국과 프랑스 소유의 것들을 저렴하게 매입하거나 멕시코와의 영토전쟁을 통해 얻어낸 것이긴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양에 접하도록 국경선을 만들게 되면서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이 발생할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였고 군사력을 해군에 집중하여 대서양과 태평양을 접경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유럽에서 발생한 2번의 전쟁의 수혜국으로써 이루어진 급격한 정치, 경제적 성장으로 세계금융은 미국의 달러화폐를 기반으로 통합하게 되었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미국의 힘이 쇠락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지리적으로 수많은 이점을 보유하고 있는 아메리카 대륙은 스스로 자멸하지 않는 이상 세계의 패권을 쉽사리 남에게 넘겨주지 못할 듯하다. 

4천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 또한 지리적 혜택을 지금까지는 충분히 받아오면서 발전해 왔다. 북쪽의 고비사막과 척박한 환경은 북방민족이 중국으로의 침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고 서쪽과 남쪽은 높은 산맥과 정글지역이 분포하여 자연방패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중국의 지리적 영향은 외부의 침입을 막아 준다는 것 보다는 중국 내륙의 온화한 자연과 풍부한 수력자원을 기반한 내적 성장으로 인해 굳이 외부로 힘을 발산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지 않게 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은 중국이 대륙국가에서 해양국가로 방향전환을 하려는 데 있다고 본다. 서쪽의 태평양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중국의 목표를 용인할 수 없는 미국과 일본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지리의힘
지리의힘

 

이 책을 다시 읽게 만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 역시 지리적 영향이 원인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걸치는 거대한 영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바다를 이용하여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러시아의 꿈은 미국이나 중국과 다르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이 이를 막기 위해 결성된 군사연합 나토는 러시아를 항상 긴장상태에 놓이도록 만들고 있지만 다행히 서방세계와 러시아 사이에 존재하는 폴란드, 벨라루스, 우크라이나가 나토연합과 러시아 군사력 간 어느정도 완충지역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다행히 폴란드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과거 소비에트 연방시절부터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기조가 서서히 바뀌고 있었고 러시아로서는 이들 완충지역이 언젠가 적대지역으로 변하게 될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자연스레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도 러시아 민족의 뿌리가 되는 곳이었으며 우크라이나 소유의 크림반도도 지리적으로 몇 안되는 부동항 후보지였기에 러시아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책에서 지리적 관점으로 국가의 흥망성쇠를 해석한 것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아프리카의 내전과 중동국가들의 끊임없는 지역분쟁의 원인은 천연자원에 대한 근대국가의 약탈과 함께 서구강국이 임의로 그어 놓은 국경선으로 인한 것으로 아프리카과 중동지역은 지정학에 의한 피해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도와 주변국가 역시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종교와 지리적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전쟁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지역이다. 

아쉽게도 대한민국이 처한 지리적 현실은 그리 좋지 못하다. 중국이 통일국가를 이룬 이후 수백년 동안 우리나라는 대륙의 영향력 하에 놓여 있었으며 주기적으로 일본의 팽창정책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였다. 긍정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를 수 있는 천혜의 위치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우리가 강대국이 되었을 때만 가능한 효과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의 팽창정책을 위한 경유지로서의 역할만을 하였으며 그 결과 수많은 외침과 함께 현재 남과 북의 분단을 만들었다. 한반도의 지리적 장점을 간파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이 서로를 경계하는 수준을 벗어나 어느 한쪽이 강해지게 되면 우리는 또 다시 대륙이나 해양의 경유지 역할을 요구 받으며 과거와 같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한반도 자체를 이동시킬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스스로 강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정학적 현실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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