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다함이 없는 등불, 꺼지지 않는 무진등이 되길..." 권득용 시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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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터뷰] "다함이 없는 등불, 꺼지지 않는 무진등이 되길..." 권득용 시인을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1.12.26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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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득용 시인
권득용 시인

“아무리 캄캄한 곳도 등불만 켜면 적막한 어둠이 사라지듯, 제 글이 하나의 등불이 되길 바랍니다.”

'하나의 등불로부터 다른 수백 수천의 등불에 불을 옮겨도 원래의 불꽃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유마거사의 무진등(無盡燈)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권득용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여 년 동안 동동거리다가 이제야 문학의 집을 짓고 허공의 삶을 꿈꾸며 사계의 그리움을 채우고 있다.

경북 문경에서 나고, 자란 권 시인은 어린 시절 우연히 나간 백일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가슴 속에 문학인이란 부푼 꿈을 품었다. 그는 “학창 시절 상을 받으니까 주변에서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부각 됐어요. 그래서 국문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어려운 집 안 사정으로 제 꿈을 쫓길 포기했죠. 결국 생계를 위해 공대로 전향해 글쓰기를 잊으려 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살아가는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인 것처럼 권 시인도 국문학과 아닌 공대 진학이란 결정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역경을 이겨내며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 권 시인은 “인생 전반부터 가난했지만 저는 조금 더 밑바닥 생활을 한 것 같아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대학 졸업도 남들보다 많이 늦었죠. 다른 사람들한테 뒤처지지 않고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고 더 노력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오늘날에 저를 만들어 줬어요. 가난이 아니었다면 적당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겠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학 졸업 후 권 시인은 환경연구소 ‘녹색연합’을 처음으로 설립, 환경 사업으로 토대를 잡기 시작해 환경 컨설팅 기업 ‘푸른환경’을 설립했다. 그는 “32살 때 사업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비교적 빨리 자리를 잡아가며 대학 강의도 나가고 엄청 바쁘게 살았죠. 저만의 시간이 생기니까 비로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제서야 25년 전 포기했던 글과 다시 만났죠.”라고 떠올렸다.

등단 후 그의 삶은 새로운 도전에 연속이었다. 권 시인은 구청장, 국회의원 출마 경험과 대전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문단을 위한 봉사를 도맡았다. 당시 그는 회장으로서 대전 문단 발전을 위해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고 했다. 권 시인은 기업의 협조를 마련해 하이트진로문학상, 동원문학상, MG문학상 등을 제정했다. 그는 “문화 예술의 증진이라는 게 혼자서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대전문협 구성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문학열을 불태운 권 시인은 자신의 책무를 다하며 지난 2018년 대전문협 회장의 자리를 내려놓고 값진 활동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약 4년 동안 대전의 지역 일간지 중도일보를 통해 발표한 칼럼을 한데 묶어 칼럼집 ‘무진등’(도서출판 이든북)을 출간했다. 그는 무진등의 의미를 묻자 자신을 유발승(有髮僧)이라고 불러줬던 무원(務元) 스님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권 시인은 “무원 스님의 말씀처럼 제가 횃불을 하나 들고 있는데, 이걸 저 혼자만 가지고 있으면 큰 의미가 없어요. 이 빛을 주변에 나눠줘도 제 불꽃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밝히는 불이 여기저기 퍼져 우리네 삶이 좀 더 밝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책 속에 담았어요. ‘무진등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성공한 거죠.”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무진등은 1부 불편한 진실, 2부 뿌리는 넘어지고 나서야 보여지는 것, 3부 가을, 그 팜파탈한 유혹, 4부 청한어를 품다, 5부 존재, 그 자체만으로 울림을 주는 문경문학관이다, 6부 사랑하라, 그것이 그대가 살아가야 할 이유다 등 모두 6부로 구성돼 성찰의 의미를 담은 71편의 칼럼이 담겨있다.

특히 각 칼럼에는 두 줄의 부제목이 달려있어 독자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려는 권 시인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기반을 잡지 않으면 집을 지을 수 없듯 제목이 정해져야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들을 술술 풀어나갈 수 있죠. 독자들이 제가 무슨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는지 눈치챌 수 있도록 부제목을 넣었습니다. 또 칼럼 속에 제 생각만이 아닌 다양한 정보들을 넣어 읽는 재미를 더했어요.”라고 설명했다.

권 시인은 일부로 시간을 만들어 자신의 책을 열심히 읽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책장을 넘기기 위한 노력보다 일상처럼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할 일이 없고 시간이 많을 때 자연스럽게 한 번씩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보름, 한 달이 지나면 어느새 마지막에 도달해 있지 않을까요. ‘제 책이니까 많이 봐주세요’란 말을 전하기보단 그냥 재미있게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죠.”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앞으로 대전 문단이 걸어 나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대전시가 문단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협회 사무국 회원들의 처우 개선,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대규모 예술관 건립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권 시인은 “지방정부에서 문인들에게 관심을 더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필요로 예산을 늘려줘야 하죠. 소규모 협회들은 조그만 공간을 빌려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예술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큰 공간이 필요하죠. 또 회원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쪼개 봉사하는 사무국 회원들의 처우도 개선해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권 시인은 코로나19로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는 문인들을 위한 위로의 한 마디를 남겼다. 그는 “코로나19 방역체계가 무너졌다가 잘됐다가 롤러코스터를 많이 타고 있죠. 오수부동(五獸不動)이란 말처럼 쥐는 고양이에게 고양이는 개에게, 개는 사자 앞에서 꼼짝 못 하듯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선 인간이 바이러스 앞에서 움츠러들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국가가 정한 수칙들을 지키는 것이죠. 스스로 지혜롭게 대처하고 어려운 시국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모두가 합심해 다가오는 2022년은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랍니다.”라며 말을 마쳤다.

◆ 권득용 시인은?

지난 1999년 ‘오늘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권 시인은 공학 박사, 시인, 시낭송가·(사)한국문협 대전광역시지회 13,14대 회장·한국예총대전광역시연합회 수석부회장·(재)대전문화재단 이사·대전문학진흥협의회 상임대표·대전대학교, 한밭대학교, 건양대학교 출강·(사)백제문화원 이사장·문경문학관 이사장·(사)한국문인협회 이사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권득용의 러브레터’, ‘아버지, 인연의 아픈 그 이름이여’, ‘백년이 지나도’, ‘낙관落款 한 점’, 시화집 ‘다시, 사랑하지 못하더라도’, 칼럼집 ‘자연은 때를 늦추는 법이 없다’, , ‘무진등’, 산문집 ‘일어서라 벽을 넘어야 별이 된다’, ‘문학, 그 신명난 춤판’ 등이 있다.

그는 인터넷 문학상, 진로문학상, 대전문학상, 대전동구문학상, 한밭시낭송 전국대회 금상, 대전시 문화상(문학 부문), 금강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자신의 고향인 문경에 문경문학관을 설립해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데 힘쓰고 있다.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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