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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 시인
이석구 시인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담은 서정적인 시(詩)로 순수한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석구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 시인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순수한 시정과 열정으로 시작에 몰두하며 문화예술의 토양을 천천히 다져 문화의 꽃을 피워낸다.

느지막이 시를 만나 시인이 된 계기를 묻자 이 시인은 충남 논산여중 교장으로 재직하던 중 퇴임 교장에게서 문학동인지 ‘상상의 힘’을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당시 상상의 힘 속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어보던 중 마지막 페이지에서 신인 공모 광고를 보게 됐죠. 기대와 걱정을 가득 안고 응모했지만. 결과가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아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밭문학회 이대영 교수에게 ‘시가 참 좋다’라는 연락을 받아 뜻하지 않게 시인이란 호칭을 처음 듣게 됐습니다.”라고 회상했다.

현재 충남 계룡시 용남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35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아왔다. 어른이 돼서도 늘 다양한 특성의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순수한 소년의 감성을 잃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시인에게 있어 시인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보상과도 같다. 인생 후반에서 시를 만난 그는 “세종 연서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 교편을 잡은 지 벌써 35년이 지났네요. 과학을 가르치며 교사, 장학사, 연구사, 교감, 교장 등으로 두루 근무해 왔으니 돌아보면 참 바쁘게 살았죠.”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교장 임기가 끝나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사람이라며 자신을 낮추던 이 시인은 현직에 있을 때 시집 출간을 서둘렀다. 퇴직하기 전 시집을 내고 떠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시집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도서출판 이든북)를 품에 안았다. 이 시인은 “한 마디로 홀가분하고 기쁩니다. 지난해 첫 시집 출간 이후 겨우 1년 지난 지금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해 다소 이른 감은 있어요. 그래도 현직에 있을 때 한 번 더 시집을 출간하고 싶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평소 써 왔던 시들을 모아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하게 됐습니다.”란 출간 소감을 전했다.

시가 ‘리듬이 있는 사색의 산물’이라고 표현한 이 시인은 독자들에게 쉽게 와 닿으면서도 깊이 있는 사색의 단초를 제공하고 싶어 시집을 펴냈다. 그는 “시는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읽혀야 한다는 생각에서 리듬감을 줄 수 있는 시어와 문장을 구사하려고 노력했어요. 시가 다른 문학 장르와 크게 구별되는 점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물 흐르듯 독자의 감성이 시를 탈 때 사색의 강에 폭 젖어 들게 되고, 감미로운 시의 묘미에 빠지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죠.”라고 강조했다.

이 시인은 평소 사람 사는 세상이 마치 앞만 보고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코뿔소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모습에 따뜻한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는 희망을 전한다. 그는 “개인의 삶, 집단의 삶도 그렇고, 사람들이 스스로 돌아볼 시간도 없이 빨리빨리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처럼 저돌적으로 서두르기만 하는 게 옳은 것인가 반성을 하며, 따뜻한 감성이 흐르는 삶을 살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죠.”라고 설명했다.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를 천천히 읽다 보면 유독 자연, 설화를 노래하는 시편들이 눈에 띈다.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자연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에 주목한 이유는 뭘까. 이 시인은 “대부분의 학창 시절을 충남 공주에서 보냈습니다. 공주는 한 때 백제의 옛 도읍지였으며, 아름다운 금강이 관통해요. 역사적, 지리적, 자연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깃거리들이 많을 수밖에 없죠. 아침저녁으로 고운 햇살 받으며 말없이 흐르는 저 금강은 얼마나 많은 신비롭고도 예쁜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을까요. 그런 생각만 하면 겹겹이 쌓여 있을 속내들이 궁금해 견디기 어렵습니다.”라며 웃음 지었다.

이 시인은 곁에서 묵묵히 자신을 응원해준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저에게 ‘과학을 가르치던 사람이 시를 쓴다고?’란 시선들이 좀 있었어요. 특히 가족들이 많이 의아해했죠. 처음에는 ‘당신이 무슨 시를 써’라고 했는데 시집도 내고 활동을 이어가니 가족들이 저를 시인으로 인정을 해 주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당신의 시가 좋다고 기운도 불어넣어 주면 참 고맙고 힘이 되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되게 시를 쓰고자 하는 진심이 묻어나는 고백을 이어갔다. 이 시인은 “소설, 수필에 비하면 시는 참 짧죠. 그 짧은 글 속에 깊이 있는 삶의 사색을 녹여내야 하니, 어휘의 선택, 리드미컬한 문장의 구사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독자라도 제가 시를 쓰면서 느꼈던 감성적 사색이 얼마나 감미로운 것이었던가를 알아차리고 공감하는 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라고 강조했다.

이 시인은 앞으로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삶을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주변을 충분히 돌아보며 여유로운 사색의 즐거움을 찾기 위함이다. 그는 “사색의 산물들을 시로 표현하고 발표하면서 좀 더 감성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감성이 흐르는, 시가 흐르는 부드러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 이석구 시인은?

이 시인은 지난 2019년 문학동인지 ‘상상의 힘’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의 길을 걷게 됐다.

저서로는 시집 ‘초승달에 걸터앉아’,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가 있다.

현재 용남중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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