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홍윤철 '코로나 이후 생존 도시'
팬데믹의 반복을 막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가? '팬데믹'의 저자 서울대병원 홍윤철 교수가 '코로나 이후 생존 도시'로 돌아왔다.
인류를 혼란에 빠뜨렸던 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과 치료제의 등장으로 조만간 통제될 전망이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문명적인 전환이 없을 시 이러한 팬데믹이 근원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또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나타나며 다시 인류는 혼란에 빠지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예상되는 변화는 현대 문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의 역경인 동시에 인류의 삶의 방식이 초래한 문명의 위기를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다시 올 팬데믹을 막기 위한 우리의 과제를 진단하고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미래 도시를 제안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특별한 변화가 필요함을 말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스마트 건강 도시 등의 제안을 통해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한 도시 재건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저자는 홍콩 인플루엔자, 스페인 독감, 그리고 코로나 19와 같은 팬데믹 현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이유가 도시에 있다고 제시한다. 그는 도시가 원인이라는 증거를 문명의 탄생부터 현대 질병들까지 되돌아봄으로써 문명의 발달로 인해 생긴 병들이 코로나 19로 이끄는 전조 현상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해결책을 의료 시스템의 수평화와 대도시의 분산화라는 두 갈래로 나누어 설명한다.
저자는 숨죽이고 있는 것은 언젠가 다시 찾아올 팬데믹의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제 우리는 새롭게 나타나는 질병에 대해 백신이 발명되길 기다리기보다 그 전에 예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함께 예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방법을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자.
2. 김영애 '나는 미술관에 간다'
다빈치 '모나리자', 고흐 '해바라기', 피카소 '아비뇽의 여인들' 등…… 살면서 한 번은 보았을 걸작은 각자의 마음속에 평생 간직된다.
왜 옛 시대에는 유난히 걸작이 많이 탄생한 것일까? 그림 속 이 소재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미술관에 간다'에서는 미술관별로 펼쳐지는 인류의 문화 자산이 된 명화들의 탄생 배경과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 놓는다. 편안하게 전달되는 역사와 당대 문화, 작가의 숨은 의도 등을 알아갈수록 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야가 조금씩 넓어진다. 또 각 장 사이에는 그림을 처음 대하는 이들도 즐기며 감상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다섯 가지 질문과 답변도 수록됐다.
이 책은 미술사가이자 아트컨설팅 전문가인 저자가 엄선한 세계 대표 미술관 10곳의 필수 관람 목록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단숨에 파리와 뉴욕, 런던, 피렌체와 암스테르담,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넘나드는 가장 자유롭고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원하게 배치한 메인 작품은 물론 그와 관련된 다양한 도판까지 모두 240여 컷 이상의 그림은 우리의 체험을 한결 더 풍성하고 생생하게 만든다.
상상할 수 없이 길어진 팬데믹의 불안과 고단한 생활에 지친 우리에게 예술은 미처 몰랐던 위로의 손을 내민다.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나 낯설고 불편한 여행지에서 묘한 흥분과 활기를 느끼듯, 각양각색의 삶과 이야기가 담긴 페이지마다 그림은 새로운 의미로 말을 걸어온다. 과거 미술관에서 직접 보고 온 작품이라면 재회의 기쁨을, 훗날 미술관을 찾아 마주할 이들에게는 가장 설레는 여행의 꿈을 품게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면 그 작품들은 박제되어 흰 벽에 걸린 차가운 액자가 아닌 나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로 다가올 것이다.
3. 사샤 세이건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2020년 가디언 ‘이 세계를 이해하도록 돕는 30권의 책’에 선정된 이 책은 한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딸 사샤 세이건의 첫 저서다.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는 삶의 리듬을 아름답게 만드는 매일의 의식儀式들과, 너무 가까이 있어 알아차리지 못했던 일상의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우주에 관한 책으로 부모에게서 이어받은 과학적 사고의 뿌리와 극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인문학적 통찰이 돋보인다.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에게 과학이란 직업인 동시에 세계관이자 철학이기도 했다. 그들이 말하는 과학적 시선이란 냉정한 검증의 눈초리가 아니라 새롭게 발견된 진실을 기쁘게 바라보는 태도다. 저자는 십대 때 아버지를 잃었지만 그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세계와 인간사를 정밀하게, 그러나 매우 따스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사샤 세이건은 태어남과 성장, 명절과 결혼, 죽음같이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른 사건들을 계절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리듬과 이어나가며 우리가 행하는 일상 속 작은 의식들이 얼마나 삶의 순수한 기쁨을 일깨우는지 담담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발견해 나간다.
책을 읽으며 그의 문장을 음미하다 보면 너무나 당연해 잊기 쉬운 진실과 마주한다. 이 무작위성과 혼란 가운데 단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이토록 작은 존재인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찰나를 살다 사라지지만 저 우주 어딘가에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놀랍고 아름답고 혼란스러운 무언가가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러니 찰나의 우연 속 우리가 만나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축하받아 마땅한 작은 기적을 오늘도 힘껏 기뻐하자고 저자는 말한다.
4. 김태훈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는 코로나19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 승선했던 한 가장의 귀환기다.
'마흔 살엔 같이 세계 일주를 떠나자'며 호기롭게 프러포즈를 하고 결혼을 했지만 현실의 벽에 갇혀 떠나지 못하던 저자. 그는 어느 날 밤 과로로 응급실에 누운 날 더 늦기 전에 미뤄왔던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아내와 함께 1년간의 세계 일주를 떠난 그는 마지막 여행지로 선택한 남극탐험 중 세상에서 들려온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 소식에 급하게 배를 돌려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의 영향으로 네 곳에서의 입항거절과 국경폐쇄, 공항폐쇄로 바닷길, 육지길, 하늘길까지 막혀버린 채 292명의 승선자들은 남미 우루과이 앞바다에 고립되고 만다. 저자는 인터넷과 전화도 되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개인적으로 항공 티켓을 알아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배의 지시만 듣다가 항공 표를 구하지 못해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있어야 했다. 다행이 밤을 새워가며 항공권을 알아봐준 한국 친구들과 매일같이 항구로 찾아와 안부를 물어준 우루과이 한국 영사, 그리고 재외 한국 영사들의 긴밀한 대처 덕분에 무사히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의 1부는 14일간의 남극탐험의 기록이고, 2부는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기까지 18일간의 선상 고립생활을 담고 있다. 이웃한 배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모두들 선실에 갇혀 격리를 하고 언제 하선하게 될지도 모르는 채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서 저자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배의 지시를 어긴 채 몰래 자신의 항공 티켓을 알아보는 사람, 엄청나게 오른 항공 티켓 값을 감당하지 못해 울먹이는 사람, 그의 비용을 다른 승객들과 나눠 부담하자고 제안하는 사람 등등. 에고이즘과 휴머니즘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사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남극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1부를 먼저, 이들의 극적인 탈출과정이 궁금한 독자라면 2부를 먼저 읽길 추천한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눈부신 남극 사진들이 숨 막힌 긴장감을 조금은 느슨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