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자온길에 위치한 '책방 세간', 옛스러운 멋을 그대로 살려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선규 기자 yongdsc@newsnbook.com
부여 자온길에 위치한 '책방 세간', 옛스러운 멋을 그대로 살려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전우용 기자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과거 백제인들의 세련된 문화정신이기도 하다. 언뜻 보면 역설적인 표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백제의 중심지인 부여를 방문하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구절이다.

숙박과 테마음식점, 공예공방과 문화체험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도시재생 프로젝트 부여 ‘자온길’이다. 부여는 과거 백제의 중심지로, 백제 문화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삼한시대엔 마한의 초산국(楚山國)에 이어 백제의 고도 사비의 흔적이 빛나는 역사의 길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서다.

특히나 부여 내 ‘자온길’ 프로젝트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 부여 백마강변의 자온로 일대 규암마을은 과거 지역경제의 중심지로 장시와 선술집, 극장 등이 즐비한 번화가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최근 조성된 서점, 공방, 식당, 갤러리 등의 문화 콘텐츠가 들어서면서 지역 문화유산의 기반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국민학교를 연상시키는 내부 모습. 책상 하나하나에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이다. 이선규 기자 yongdsc@newsnbook.com
1980년대 국민학교를 연상시키는 내부 모습. 책상 하나하나에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이다. 전우용 기자
서점이라고 해도 책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 이곳 역시 서점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이선규 기자 yongdsc@newsnbook.com
서점이라고 해도 책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 이곳 역시 서점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이 곳은 자온당(떡카페), 이안당(한옥), 불란서 요리점, 매화에 물주거라(한식당), 금강사진관, 책방세간, 규방산책, 수월옥 등으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자온당은 부여 농산물로 만든 한국식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제병사가 직접 떡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는 전국 유일의 떡카페다.
백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옥도 감상할 수 있다. 이안당이다. 이 곳은 자온양조장 주인이 살았던 백년의 역사를 지닌 한옥이다.
무엇보다 빠질 수 없는 코스는 불란서 요리점이다. 프랑스에 오래 거주한 예술작가가 운영하는 가정식 식당으로, 부여 로컬푸드와 불란서 요리의 신선한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햇살 가득 들어오는 창가 아래에서 커피와 책 한잔. 도심에서 누리는 여유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선규 기자 yongdsc@newsnbook.com
햇살 가득 들어오는 창가 아래에서 커피와 책 한잔. 도심에서 누리는 여유란 이런 것이 아닐까? 전우용 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이곳에는 문화의 맥이 흐른다. 이선규 기자 yongdsc@newsnbook.com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이곳에는 문화의 맥이 흐른다. 전우용 기자

산책과 함께 책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 점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질 않고 있는 이유다.
오래전 담배가게였던 책방세간은 마당 있는 아름다운 책방으로 재탄생했다. 여행자와 지역 주민 모두를 위한 서점인 이곳을 들른 뒤엔 손으로 한땀 한땀 만든 고운 것들을 선보이는 섬유공예 공방인 규방산책을 방문한다면 책과 함께 섬유공예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관광객들은 부여 자온길을 살아있는 문화의 집적지라 입을 모은다. 단지 멈춰선 역사에서 그치지 않고 옛 문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움을 더했기 때문이다.부여 자온길을 방문한 고민석(30) 씨는 “부여 ‘자온길’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색있는 공간”이라며 “이외에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책방 등을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극찬했다.

유지훈 씨는 “부여는 주거지를 비롯해 민무늬토기·간석기·돌널무덤 등이 전국 최대 규모로 발굴되는 등 백제 역사를 있는 그대로 감상하고 관광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면서도 “자온길이 옛 역사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감탄했다. 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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