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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승 시인
노수승 시인

작은 존재들에게 변혁의 힘을 발견하고, 소외된 것들이 지닌 성스러움을 시로 형상화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노수승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학창 시절 문학 소년에게는 독서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 문예부 활동을 하면서 시를 쓰는 게 마냥 행복했다. 하지만 삶이란 벽은 까마득하게 높았고 결국 문학이 아닌 경영학을 배우며 살아가기에 급급했다.

치열하게 살아온 노 시인에게는 인생의 후반 시와 다시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다시금 백지 위에 자신의 꿈을 채워나가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먹고 사는 문제로 문학을 곁에 둘 수 없었죠. 34년 동안 일을 하다 보니 여유가 생겼고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문학열이 활화산 용암처럼 터져 나왔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시밖에 몰랐던 노 시인은 학령기에 배움의 꿈을 이루지 못한 만학도의 끝없는 도전 정신을 보여준다. 한남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더 깊은 진한 시의 세계를 알아가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마을 사람들과 모여 창을 하는 걸 들었는데 그 음감과 정서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소설, 수필 등 다른 장르의 글쓰기라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무조건 시였죠.”라고 단언했다.

그렇게 김용재 시인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2011년 ‘한국문학시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노 시인은 첫 시집 ‘놀리면 허허 웃고 마는 사람’에 이어 두 번째 시집 ‘스노우볼’(출판사 시와정신사)을 출간하며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첫 번째 시집은 시를 배우기 전 서둘러 낸 거라 조금 자책하는 면이 있었어요. 반대로 이번 시집은 5년 동안 공부하며 배워 왔던 것들을 모아 퇴고의 퇴고를 거쳐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감회가 색다르죠.”란 출간 소감을 전했다.

노 시인은 아내의 생일에 맞춰 시집을 출간하며, 배우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낸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곁에서 함께해준 든든한 버팀목이자 지원군이 되어준 부인의 마음을 알아갈 수 있었던 그는 “집사람의 생일에 맞춰 세상에 내놓을 수 있어 더 좋았어요. 평소 시에 관심이 없었다고 단정해버렸는데 큰 관심을 보여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라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독방’, ‘고립’, ‘문, 그 앞에 서면’ 등 시집 속에는 고립의식을 보여주는 시편들이 눈길을 끈다. 이 시의 화자들은 외부와 소통이 차단된 존재다. 노 시인은 주변과 소통하지 못하는 존재들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어떤 사물을 봤을 때 직감으로 깨달은 것들로 독자들에게 어떤 감동이 줄 수 있을지도 생각하지만 자기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시를 완성해가며 느끼는 저만의 행복이죠. 고독 속에서 시를 썼을 때 완성도가 떨어지면 스스로 희열을 느끼지 못했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집의 제목이 ‘스노우볼’이 된 이유를 묻자 그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언급했다. 빌딩 속 수시로 변하는 스노우볼 속에서 모순을 느꼈던 경험이 노 시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었던 이유에서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 뉴욕에 갔을 때 빌딩 속 수시로 변하는 풍경을 보면서 ‘참 시적이다’란 생각을 했어요. 4계절 내내 눈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이 세계의 모순과 문제점들을 시로 표현하고 싶다고 느꼈죠. 그 기억을 되살리는 기회로 시집 제목을 스노우볼로 지었죠”라고 설명했다.

시를 쓴다는 건 호흡과도 같다는 노 시인은 시가 가진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시를 쓸 때는 머릿속이 깨끗한 상태여야 해요. 평안한 마음을 가졌을 때 시가 다가오죠. 나쁜 기억들은 절대 시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에겐 시가 대중들에게 멀어지고 있다는 아쉬움도 있다. 독자가 시인이고 시인이 독자가 되는 세상 같다는 이유에서다. 노 시인은 “매체, 삶의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오는 현상들 때문에 시가 대중들과 멀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이 필요하다고 느끼죠. 너무 어렵게만 쓰고 자기 만족에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만들어진 시는 정감과 깊이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빠른 직관력에 의해 써진 시는 쉬우면서도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매일 달리 보이는 시와 다시 친해진 게 늦은 감이 있지만, ‘시를 잘 쓰자’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내고 싶은 마음입니다.”라며 말을 마쳤다.

◆ 노수승 시인은?

노수승 시인은 지난 2011년 ‘한국문학시대’를 통해 등단한 뒤 한남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시집 ‘놀리면 허허 웃고 마는 사람’, ‘스노우볼’이 있다.

현재 ㈜금강대코 대표, 국제 펜 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대전문인협회, 대전문인총연헙회, 대전시인협회 회원, 무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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