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 앞길에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만 스물두 살 젊은 육신에 불을 댕긴 전태일. 그는 일기를 썼다. 평화시장 재단사로 일하던 열여덟 살 때부터 겪은 노동 현장의 참상, 그리고 그 참상 배후의 사회 모순을 해결하려 몸부림친 전태일. 그 몸부림을 세상에 전하고자 깨알같이 적은 공책 7권 분량의 ‘전태일 일기’는,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의 바탕이 되었다.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 최종현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 최종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재봉틀이 아니다!’

애니매이션 영화 <태일이>는 1970년 평화시장, 부당한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뜨겁게 싸웠던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태일이, 16살, 평화시장에서 미싱사 보조로 취직하고 다시 재단 보조로 일을 한다. 그러나 월급은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갈 차비로 동생 같은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다 주고, 새벽이슬을 맞으며 동대문에서 창동의 집까지 먼 길을 걸어가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다. 그런 태일이를 헌신적인 엄마는 뜬 눈으로 기다리다가 맞이한다. 무뚝뚝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태일이는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었다.  1
19살, 재단사가 되었지만 기계처럼 착취당하는 여공들과 동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근로기준법’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된 태일이는 평화시장의 노동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결과는 무참한 해고로 돌아오고 태일이는 이제 부당한 현실의 벽을 뚫기 위해 스스로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결심하는데...
신예 홍준표 감독은 전태일과, 그리고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의 대한민국 서울의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온 점이 작품에 참여한 계기라고 밝혔다. 70년대 삶의 공간과 사람들의 모습을 리얼리즘 화법으로 구현하여, 생생한 사실성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도 했다.  

11월은 우리가 사랑하고 늘 우리의 가슴에 여운을 남긴 가수들이 다수 유명을 달리한 계절이다. 그중에서 대구 출신의 김광석과 동향인 전태일의 아름다운 삶은 시대를 대변하는 숭고한 음악이었으리라. 또한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3대 바보들을, 바보 김수환 추기경, 바보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가장 젊은 나이에 누구보다도 이타적인 죽음을 통해 희망의 불꽃이 되었던 바보 전태일 열사를 말이다.  
내년에는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후보들이 전태일의 영화를 꼭 보고 낮은 곳, 힘든 곳에 있는 국민들을 먼저 섬기기를 기대해본다. 

약자를 위해 뜨겁게 싸웠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태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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