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는데 후대가 그 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니 안타깝다고, 그의 헌신이 빛바랜 것은 아닌가 하며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김지섭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후대가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폭탄을 던진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우리 삶은 끝없는 질문의 연속이다. 좋은 삶, 훌륭한 인생을 꿈꾸는 것은 누구나 같지만, 주어진 상황은 각기 다르기에 우리는 늘 ‘나’와 ‘세상’을 향한 질문을 던지고 때론 좌절하고 때론 환희하며 미약하나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역사 속 인물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 등장하는 20개의 사건과 인물들 역시 각기 다른 시대, 각기 다른 처지에서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 한 번뿐인 일생을 살았다.

역사는 많은 이들의 경험이 가득 담긴 데이터베이스다. 그 양이 너무도 방대해 우리가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미래의 모습이 이미, 거의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거나 꿈꾸던 바를 실현해낸 사람들,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는 후손된 자격으로 그들이 써 내려간 역사를 이정표 삼아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얻는다. 현재의 막막함과 불안에 사로잡힐 때, 역사만큼 우리를 위로하는 따듯한 지식이 또 있을까? 선조들이 답을 찾아 헤맨 궤적이 바로 지금 우리 앞의 역사다.

이처럼 우리가 ‘역사’라 부르는 순간들은 결국 어떤 이가 자신의 일생을 바쳐 지켜온 신념의 궤적이다. 그 속에 녹아 있는 좌절과 환희의 순간은 지금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다만 치열하게 질문하고 고민하고 결심하여 마침내 행동했을 뿐이다. 이처럼 삶에 대한 치열한 성찰 끝에 나오는 질문은 고민을 끌어내고, 고민은 결심으로 이어지며, 결심은 행동을 낳는다. 질문 그 자체가 삶의 화두이자 이유가 되어, 행동하게 하는 동력이 되고 용기를 내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결국 역사란 치열하게 질문하고 고민하고 결심해 마침내 행동했던 인류의 모든 순간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역사의 뜨거운 응원이 들리는 듯하다. 그들의 치열했던 오늘이 우리의 역사로 남았듯, 우리의 고단했던 오늘도 미래의 역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각자의 역사를 쓰고 있다. 

-최태성의 '일생일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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