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캄캄한 막장에서 시(詩)란 빛을 캐다” 송계숙 시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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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터뷰]“캄캄한 막장에서 시(詩)란 빛을 캐다” 송계숙 시인을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1.11.14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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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도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계를 위해 처절하게 살아왔던 막장 채탄 광부들의 삶을 조명하는 사람이 있다. 송계숙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그에게 있어 예고도 없이 탄광 막장에서 산화한 이들의 마지막 모습이 잊히는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기에 송 시인은 순탄한 삶 속에서 느낄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어쩌면 설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 광부들의 애환을 시 속에 담아내 이들을 위로한다.

사양산업이 돼 점점 사라지고 있는 석탄채굴, 지난 10여 년간 탄광 대한 소명 의식을 마음의 품고 광부들과 함께하는 그의 삶을 들여다본다.

송계숙 시인
송계숙 시인

송 시인은 세상이 돈짝만 해 보이던 젊은 날을 지나 충남 보령 성주면 개화리 탄광 마을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진 그. 마당으로 쏟아질 것 같은 별들과 성주천 건너 감나무 가지 사이를 맴도는 반딧불과 대화하며 삶의 여백을 시로 채워간다.

그는 시가 아닌 수필을 통해 문학을 접했다. 하지만 수필은 시보다 더 많은 걸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송 시인의 뇌리를 스쳤고 결국 시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펼쳐나가고 있다. 송 시인은 “있는 대로 밝히자니 좀 구차하고 좀 숨겨두자니 글이 맛깔스럽지 않았습니다. 시는 상징, 은유 등을 쓸 수 있어 시를 선택했죠. 그게 얼마나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었는지는 얼마 되지 않아 깨닫게 되었지만요. 시는 막장 같은 세상에서 탈출하는 도피처이자 치유의 방법, 위로였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송 시인은 왜 탄광 마을에 정착해 광부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자 했을까? 그 이유는 송 시인이 갱도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기 때문이다. 송 시인은 “14년 전쯤 개화리로 이사를 왔는데 여기에 석탄박물관이 있었어요. 출퇴근길 박물관을 지나다 보면 광부들이 저에게 말을 걸어왔죠. 그 순간 제 안에 있는 중학교 2학년 단발머리 소녀와 그들이 번개처럼 만났습니다. 그때부터 광부들의 말을 받아적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라고 회상했다.

송 시인은 갱도에서 가족을 잃은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막장에서 산화된 영령들과 남은 가족을 다독이고자 시집 ‘내 안에 갱도가 있다’(출판사 문화의힘)을 펴냈다. 출간 소감을 묻자 “시인의 말에서도 언급했듯이 시집이 아니라 시짐을 내려놓은 기분이 들어 홀가분해요. 큰 빚을 조금 갚은 느낌이죠.”라며 웃음 지었다.

그는 광부들의 애환, 처절한 신음, 탄광촌의 열악함을 시집 속에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탄광촌 이야기, 광부의 삶,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기 위해서다. 송 시인은 “탄광은 과부가 된 언니의 눈물이죠. 그녀의 아픔을 억만분의 일도 저는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니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어두운 그림자와 막 시집갔던 저도 언제 과부가 될지 모른다는 압박의 의미도 있었어요. 혹여나 생존해 계신 분들이나 유가족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부분은 없는지를 중요하게 살폈죠.”라고 설명했다.

시집은 출간했지만 송 시인에게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탄광 광부들의 어두운 점만을 조명한 점과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포괄적으로 써내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진폐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한 게 아쉬웠고, 너무 암울한 이야기만 다룬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캄캄한 막장에서도 작은 희망이 빛나고 행복한 일이 있었기 마련인데 그 부분을 포함하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리네요.”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이어 그는 “광부뿐이겠습니까? 막장에서 남편을, 아버지를 잃은 자식들 뿐이겠습니까? 평범해 보이는 우리의 삶에도 막장이 있었지 않습니까? 혹 그런 막장을 지나온 독자라면 그분 안에도 갱도가 분명 존재할 겁니다. 탄광 시는 광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땅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죠.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어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송 시인은 갱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편에 담아낼 예정이다. 탄광, 광부들과 남은 일생을 함께하기로 다짐한 그다. 송 시인은 “탄광 이야기를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감이 다가올 때마다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다양하게 써보고 싶어요. 석탄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친 영향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 그 이상입니다. 더 훼손되기 전에 보존하고 문화로 승화시켜 탄광촌의 이야기를, 광부들의 애환을, 유족들의 고단한 삶을 기억해줘야 하죠. 지금 대한민국의 석탄산업이 위기에 놓여있어요. 시인으로서 탄광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보존하고 문화유산으로 널리 알리는 일에 일조하고 싶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 송계숙 시인은?

송 시인은 충남 보령 출생으로 지난 2015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했다.

현재  보령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보령탄광문화연구소장, 석탄산업문화유산 유네스코 등재 추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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