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을 맞은 김수영 시인(1921~1968)을 기리는 기념사업회가 12일 출범과 함께 '김수영 마을' 조성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김수영기념사업회는 오늘(12일) 서울 방학동 김수영문학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인의 문학과 삶을 담은 공간을 마련해 대중들이 김수영 문학을 더 가까이 접하고 향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념사업회는 시인의 가족들이 1987년까지 거주하다 매각한 도봉동 집을 다시 사들여 '김수영 마을'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김수영 시인의 동생은 "집터는 전체 약 2천500평이고 건평이 약 300평 규모"라며 "형이 분가 후에도 수시로 와서 머물며 시를 썼다"고 전했습니다.
김수영기념사업회는 이어 열린 발기인대회에서 "한국인의 진정한 자유정신과 인간 존엄을 한국 현대문학에 뿌리내리는 데 기여한 김수영 시인을 추모하며 학술 연구와 교육 활동, 대중문화 발전에 헌신하고자 한다"고 창립 취지를 밝혔습니다.
발기인에는 고은·신경림·이건청·이시영 시인과 평론가 구중서·백낙청·염무웅·유종호·최원식, 소설가 황석영 등 63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했던 정희성 시인은 "김수영 문학은 한국문학의 보배로운 자산"이라며 "김수영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공유재산일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김수영기념사업회 설립의 의의는 바로 여기서 찾을 수가 있다"며 "김수영기념사업회를 통해 대중이 김수영 문학을 보다 가까이 접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 문학사의 대표적인 참여 시인으로 꼽히는 김수영 시인은 1946년 시 '묘정(廟廷)의 노래'를 '예술부락'에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 4·19혁명 이후 현실과 정치를 직시하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으며, 대표 시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풀'이다. 시인은 '풀'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시집 '달나라의 장난'(1959)과 수많은 시론, 시평을 남겼다.
올해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11월27일)을 앞둔 가운데, 홍기원 김수영문학관 운영위원장은 기념사업회의 향후 계획을 밝혔다.
홍 위원장은 "김수영 시인이 시를 쓰던 작은 방 등 옛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다"며 "김수영 정신을 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김수영 마을' 조성까지는 재원 마련과 현재 소유주와의 협의 등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한다. 기념사업회는 "개인이 하기 어려운 일이므로 법인 설립 후 국비나 시비 지원을 요청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청소년문학축제·추모제·문화제 개최, 간행물 발행, 문학캠프 운영, 다큐멘터리 제작 등이 사업 계획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