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일부분을 좋아하는 것뿐이면서 안 맞는 일로 가득 찬 일을 직업으로 골랐다. 그게 가장 큰 실수였다. 나에게 이 직업은 지하철에서 파는 델리만쥬 같았던 거다. 냄새를 맡으면 참을 수 없이 끌리지만 실제로 먹게 되면 예상과 다른. 간식일 때 만족스러운 음식을 삼시 세끼 먹게 되자 삶이 엉망이 되었다."

 

하루 24시간 중 8시간(종종 초과하기 마련이지만)의 시간, 즉 인생의 3분의 1을 보내는 직장이라는 곳의 복잡다단한 생태계를 가로지르는, 또는 배회하는 이들. 직장인이라는 또 다른 자아를 가지고 스스로의 생활을 꾸려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느꼈을 야릇한 소외감, 비릿한 자괴감, 소박한 연대감 앞에서 짓게 되는 미묘한 표정들을 리얼리티 넘치는 상황을 통해 그려내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책은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묘한 퇴사 절차를 밟는 막내 사원의 사연(「막내가 사라졌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나섰다가 이상과 현실의 아찔한 거리감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악의 없이 무능한 직장 내 ‘빌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전설의 앤드류 선배」), 취미라 해야 할지 특기라 해야 할지 이름 붙이기조차 애매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재능의 불시착」),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종종 우리를 구원해주었던 소소한 영웅들(「언성 히어로즈」) 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동시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직장인들의 핫한 키워드들, 직장 내 괴롭힘 및 갑질(「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남성 육아휴직자의 오만과 편견(「누가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졌는가」), 반려동물을 위한 가족 돌봄 휴가 제도 활용법(「노령 반려견 코코」) 등의 에피소드도 함께 담았다. 

높은 공감 능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들로 인한 약간의 현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짠내 나지만 건강한 위로가 동시에 말을 거는 신기한 경험을 선사한다. 

결국에는 “모두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일하는 나’를 인정하게끔 만드는 여덟 편의 이야기들.

-박소연의 '재능의 불시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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