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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심순 수필가·고명성 씨 부부
송심순 수필가·고명성 씨 부부

길을 걷다가도 사람과 자연의 목소리가 들리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일상 속 작은 이야기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서로 공감한다. 푸릇푸릇한 글감, 풍경이 다가오면 서로에게 알려주기 바쁘다. 글 쓰는 아내 송심순 수필가와 그림 그리는 건축가 남편 고명성 씨 부부의 이야기다.

학창시절 고 씨는 미술반, 송 수필가는 문예반에서 서로의 갈증을 채워나갔다. 그러나 삶이란 벽은 높기만 했다. 남편은 건설 현장에서, 아내는 주부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됐고 이들 부부는 꿈이란 단어를 마음속 깊은 곳에 고이 접어놓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노년의 나이가 된 두 사람, 접어놓은 꿈을 다시 펼치기 위해 서로의 위치에서 도전을 시작했다. 남편 고 씨는 붓을, 아내 송 수필가는 펜을 잡고 하얀 백지 위해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결국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한 두 사람. 이들의 용기와 의욕은 더욱 불타올랐고 세 번째 수필집 ‘마음으로 읽다’(출판사 이든북)가 세상에 나오게 됐다. 책이란 교집합으로 더 돈독해진 이들 부부에게 수필집의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송 수필가의 글에 고 씨의 그림을 덧붙여 채워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수필집을 품에 안게 된 송 수필가는 “어릴 때부터 일기 쓰는 걸 워낙 좋아했어요. 일상에서 눈으로 보고 느낀 것들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벌써 세 번째 수필집을 내게 됐습니다. 삶 속의 소소한 소재들이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따스한 가을볕만큼 특별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송 수필가는 늦은 나이에 충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평생교육원에서 문학열을 불태웠다. 시, 소설 등을 함께 배웠음에도 그는 수필에 진한 매력을 느껴 문학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 속에 담기엔 한계가 있었어요. 특별하진 않아도 서정적인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어 좋았죠.”라고 미소 지었다.

‘엄마의 실타래’, ‘엄마의 손수건’ 유독 수필집 속에는 부모님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는 글이 시선을 끈다. 소중한 이들의 부재로 삶이 흔들리고 고통스러워하던 흔적들이 가득하다. 송 수필가는 “항상 정갈하고 우아하셨던 어머니가 생각나요. ‘저를 키우면서 어머니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며 어려운 삶을 이겨낸 어머니의 강인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죠. 어머니의 따뜻함은 참으로 아득하고 제 마음에서 안 떠납니다.”라고 넌지시 말했다.

남편 고 씨도 아내가 남긴 부모님의 흔적에 마음이 쏠렸다. 수필집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고향 방문’이라고 언급한 그는 “아내가 장모님을 생각하며 쓴 글이 가장 와닿아요. 집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글이기 때문이죠. 정작 본인은 그 쓸쓸한 마음을 숨기고 싶었겠지만, 수필 속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송 수필가가 일상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세 번의 수술을 거쳐 생사의 고비를 넘어왔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뒤 오십 대를 넘어가는 길목에서 수필을 만났다. 글을 통해 삶의 감사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는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필은 제 인생의 벗이 됐죠.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중 저마다 잊지 못하는 특별한 순간이 있잖아요. 그걸 보며 마음에 새겨놓았던 것들을 구분했죠. 그 의미를 좀 더 살리기 위해 남편의 그림을 중간중간 담았습니다. 그림을 본 후 글을 읽으면 더 좋다고 느낄 수 있을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아내에게 협조했다는 고 씨. 실상은 아내의 수필집을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는 “문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도 아내의 글을 가장 처음 접하는 독자로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책이 되길 희망했죠. 그림의 색감을 맞추기 위해 출판사를 몇 번이나 오간지 모르겠습니다. 제 그림이 아닌 수필이 중요한데 제가 조금 욕심낸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그래도 아내의 글과 제 그림이 책 속에서 잘 어우러졌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저와 같은 생각이길 바랍니다.”라고 기원했다.

이를 듣던 송 수필가는 남편의 말을 거들었다. 그는 “이번 수필집 속 남편의 그림이 워낙 인상 깊고 강렬해요. 책 안에 들어가 있는 그림은 한 장씩 뜯어서 보관해도 될 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하죠. 제 수필에 어울리는 그림이 책을 더 두고두고 볼 수 있게 만들지 않을까요?”라며 소녀 같은 감성을 보여줬다.

요즘 수필집이 짧아지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송 수필가는 ‘나도 짧게 만들어야 하나’란 고민이 있었다. 고심 속 37편의 수필을 한데 묶어내며 자신의 소신을 지켜냈다. 그는 “저는 서정적인 수필을 좋아하고 시골의 정서를 떠나서 글을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배워오고 선택한 글을 통해 소소한 의지를 펴낸다는 건 행복한 일이죠. 제 일기와 기록이 책이 된다는 경험은 늘 새롭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남편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이끌어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송 수필가. 그는 “3권의 수필집을 모두 남편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공감하며 취미생활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불과 몇이나 있겠어요. 참으로 감사한 일이죠. 다음 작품을 꼭 준비해야겠다는 의지는 없지만, 남편과 건강한 몸으로 각자 하고 싶은 걸 더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라고 희망했다.

남편 고 씨의 소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 건축사무소에서 감리단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지만 문화예술의 저변확대를 위해서 오늘도 삶의 밑그림을 채워나간다. 그는 “아내의 수필은 제 인생의 길잡이라고 생각해요. 집사람의 기록들을 보며 인생의 답을 찾곤 합니다. 제 화실에서 대둔산 정경을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저 같은 사람도 미술을 사랑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죠. 제 영원한 동반자와 활동을 같이할 수 있는 지금 모든 꿈을 다 이룬 것 같아요. 더 이상의 꿈은 알 수 없습니다.”라며 말을 마쳤다.

◆ 송심순 수필가는?

송 수필가는 충남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학과 과정을 수료한 뒤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7년 문학사랑 수필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수필가의 길을 걷게됐다.

현재 대전문인협회, 문학사랑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수필집 '엄마의 지팡이', '어쩌면 좋아', '마음을 읽다'가 있다.

 

◆ 고명성 씨는?

고 씨는 (주)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 사무소 감리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 대전시 미술대전, 보문미술대전, 금강미술대전, ASIA미술대전 등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며 미술가로서 입지도 다졌다.

현재 충남대 회화동인회, 환경미술협회 대전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충남 논산시 벌곡면에서 미술 갤러리 '흔적'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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