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원 '산책 안에 담은 것들'

데뷔 후 25년간 시 쓰기에만 전념했던 이원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 문학 계간지 '한국문학'에 2년간 연재된 글과 새로 쓴 글을 모아 엮었다. 

인간이라는 생물로 지상에 와서 내내 매혹되어 있는 것이 ‘산책’이라는 저자는 엉킬 때, 가벼워지고 싶을 때, 최종의 결심은 ‘산책하자’였다고 말한다. 그에게 산책은 매일 떠나는 여행이자 인간에게 내려진 축복이요, 삶 속에 빛이 사라지지 않게 해 주는 의식이다. 

산책은 우리를 느리게도 빠르게도 걷게 하며 보이지 않던 것을 골똘히 들여다보게도, 느닷없는 곳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한동안 머무르게도 만든다. 한순간에 오래된 시간을 불러오기도, 끝내 오지 않을 시간과 마주치게 한다는 점에서 산책은 한가롭고도 뜨거운 시간이다. 

저자에게 산책은 기억을 걷는 시간이기도 하다.  열두 살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모셔져 있는 상여 옆에서 소복을 입고 통곡하던 때, 스무 살 무렵 명동의 이른 아침과 늦은 밤을 걸었던 때, 끝나지 않을 긴 생처럼 병원의 복도에 발을 질질 끌던 때…… 그리고 모든 순간에는 사람이 있다. 엄마, 시인 이상, 한암스님, 프란치스코 교황.  저자는 산책을 하며 기억 속 사람들의 속을 걷는다. 그리고 비로소 그 사람을 이해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랑’의 다른 말인 ‘사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말이다. 

 

 2. 도대체 '그럴수록 산책' 

'그럴수록 산책'은 어떤 상황에서도 기필코 즐거움을 찾아내 매일매일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만들어가는 도대체 작가의 그림 에세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날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무조건 걷는 ‘산책가’ 도대체는 산책길에서 만나는 새, 꽃, 나무, 벌레 등이 저마다 자기 몫의 삶을 부지런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희망과 응원을 찾아냈다. 

자연 속에서는 누구도 초조해하거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으며 각자만의 빠르기로 살아간다. 그리고 쭉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일 년 중 한 번은 반드시 나와 꼭 맞는 계절이 찾아온다. 혹여 누군가 지금 실패를 거듭하고 있을지라도, 스스로가 초라해 견딜 수 없을지라도 자연은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봄에는 반드시 봄을 살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삶이 고달프다가도 산책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엔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산책길에서 마주친 다양한 에피소드를 특유의 유머감각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유머와 통찰, 예상치 못한 위로와 깨달음을 담은 에세이와 함께 걷다 보면 내일은 아닐지라도 모레쯤은 오늘보다 괜찮은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3. 이창남 '도시와 산책자'

대로변, 상점과 음식점들이 늘어선 가로수길, 공원과 골목길을 특별한 뜻도 목적도 없이 걷는 사람들. 그들은 그 길을 걸으며 무엇을 꿈꿀까?

산책은 오래된 행위이다. 현대의 산책자들은 고립을 벗어나거나 그 반대로 자기만의 고독을 확보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산책자는 뭔가를 찾으려 도시를 걷지만, 그 도시는 오히려 산책자의 내부를 점거하곤 한다. 명민한 산책자들이었던 20세기 초의 발터 벤야민,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이상(李箱), 박태원 등의 시선을 통해 근현대 산책이 가진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 저자의 목표다. 

저자는 과거 지식인­, 예술가의 산책과 현대 일상인의 산책 또는 유목적 삶에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질문을 던짐으로써 오늘날의 산책이 가진 의의를 조명한다. 느린 보행과 깊은 사색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산책은 합리성과 효율성으로 조직된 현대 도시적 삶과 함께 작별을 고했다. 과거의 산책하던 소수는 사라졌지만 거꾸로 그것은 도시 대중의 일반적 행위 유형으로 확산되었고, 대중의 개체화는 심화되었지만 그들에게서 상실된 공동체적 관계는 거리의 만남과 유대 속에서 재발견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것은 ‘현대적’ 혹은 ‘탈근대적’(post-modern)이라 부르는 현대의 일상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를 탐구하고자 한다. 저자는 민족, 계급, 성별의 전통적 범주를 넘어 우리들 ‘산책자’의 일상을 구성하는 탈근대성, 대도시 사회문화, 현대적 삶의 정체에 질문을 던진다. 그 답으로 우리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하려는 희망이 현대의 유목적 삶에 여전히 녹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4.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한때 나무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무맹(盲)이던 저자. 어느날 공원을 걷던 그는 문득 눈에 들어온 나무들을 보고 나무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무심히 걷기만 할 때는 몰랐지만 잠시 걸음을 멈춰 찬찬히 들여다 보니 나무도 다 같은 나무가 아니며 꽃도 다 같은 꽃이 아니었던 것이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 향유할 수 있는 법이니 저자는 더 열심히 나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 책에 150종이 넘는 각각의 나무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나무에 얽힌 이야기부터 시작해 그 나무의 잎과 꽃이 나는 모양과 위치에 이르는 이야기까지 친절히 설명하며 봄에 피는 노란 꽃 이름은 개나리밖에 모르고 분홍 꽃은 진달래밖에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나무의 세계로 인도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집 앞에만 나가도 가로수로 심긴 은행나무, 플라타너스라 불리는 양버즘나무를 볼 수 있다. 동네 조그만 공원은 우리가 그 이름을 다 알지 못하는 꽃과 나무들로 빼곡하다. 세상이 아무리 숨막히게 돌아갈지라도 봄이 오면 어김없이 산과 들에 꽃과 연둣빛 새싹이 만개한다. 이런 순환이야말로 인간을 치유하는 힘이다. 

수목원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동네 공원에서도 수십, 수백 가지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정신없이 혹은 무심히 걷던 것을 멈추고 나무를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당신의 산책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그 전에 이 책을 한번 훑어본다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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