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선선해져서 가을이 물씬 가까이 온 것 같다. 어디로든 걷기 좋은 날이다. 오늘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처럼 따뜻한 책을 소개하려 한다.

한 문장만으로도 완벽한 조합,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이다. 나는 영화로 먼저 내용을 접했다. 책과 같은 제목의 영화는 작은 미니시리즈처럼 4부작으로 나뉘어져있어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잔잔하고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일상, 엄마의 가게를 물려받아 본인만의 스타일로 샌드위치가게를 연 주인공과 고양이 타로,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잘 데워진 수프를 몽글몽글하게 끓여내고, 빵만 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호밀 빵과, 정갈하게 차려지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위한 작은 한 상이 먹지 않아도 영혼이 배부른 느낌이 든다. 영화와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양이 타로에 관한 전개이다. 어느 쪽이든 가슴 아프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는 내내 타로를 기다렸다. 언제나 창문을 열어놓고 타로와 비슷한 고양이를 보면 타로일까? 하는 주인공처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가면 타로가 돌아와 있기를.

이예은
이예은

 

큰 스포일러가 될 지도 모르지만, 책에서 타로는 고양이별로 떠난다. 생각도 못한 전개에 나는 한참 울었다. 책에서도 역시나 타로를 기다리거나, 타로가 돌아와 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사랑하는 내 고양이의 부재란, 아직 경험해본 적 없지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상상하기도 싫은 아찔함이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같은 따뜻한 글이라면서 고양이와의 이별을 그리는 것이라니 어쩐지 아이러니한 것 같다. 하지만 거기에도 사랑은 있다. 함께하는 순간에도, 이별하는 순간에도, 너 없이 혼자 내가 남겨진다 하더라도, 그곳에는 우리의 사랑이 남아있다.

 

물론 언젠가는 찾아올 우리의 이별의 순간이 한참 뒤이기를,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아주, 아주 많기를 바라고 또 바라지만. 그럼에도 모든 순간이 사랑일 것이다. 책은 타로의 부재를 통해 그것을 가르쳐준다. 그것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따뜻한 수프를 끓이는 일상이 이어진다.

 

매순간 그립고, 가슴이 미어지고, 나는 너를, 그리고 너는 나를 그리워할 지도 모르지만, 복슬복슬한 털을, 혹은 약간은 까슬까슬한 털을 만져준다거나, 눈을 맞추고 이마를 콩 부딪치고, 집 안에서 열심히 탐험을 다니는 모습, 음식 투정하는 모습, 발톱을 깎이고, 화장실을 치우고, 영양제를 먹이느라 쫓아다니는 소소한 일상들. ‘매일 매일 사랑해, 난 네가 있어서 행복해. 너도 행복하니?’ 하던 순간들이 일상 속에 어디든 있어 고양이별로 긴 여행을 떠난 나의 고양이를 그리워하겠지만, 우리의 고양이들과 인연을 맺은 그 순간부터 이미 나의 삶을 눈부신 방향으로 변화시켜 놓았음을 안다.

고양이 타로를 그리워하는 주인공처럼. 그리고 또 다시 우연히 찾아온 묘연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나의 두 살짜리 용감한 아기 고양이는 나를, 나의 삶의 방향성과 시선을 아주 많이 바꾸어놓았고, 지금 순간에도 변화시키고 있다. 언제나, 더 나은 방향으로. 작은 눈 맞춤만으로도 영혼이 따스해진다.

겨울이 가까이와도 나의 계절은 춥지 않다. 감사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나에게는 사랑을 줄 시간이 있다. 이별의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일 찾아오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며 사랑을 쏟을 것이다. 온 마음을 다해, 나의 온 사랑을 나의 작은 아기고양이에게.

빵과 수프
빵과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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