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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문화 진흥을 도모하고 등단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독보적인 위치를 꾸준히 지켜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창작학과(학과장 문병열) 시창작 동아리 ‘한남시정신’ 학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0년도 신설된 문창과 동아리 ‘시정신’을 시작으로 현재 ‘한남시정신’이 되는 과정 속에는 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이 배어있다. 그동안 출중한 시인들을 배출해온 ‘시정신’을 넘어 ‘한남시정신’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남대의 시적 전통과 역량을 잇고자 하는 마음이다.

언어미학으로 등단한 시인 손미(문학사상 신인상), 성은주(조선일보 신춘문예), 박송이(한국일보 신춘문예), 김지숙(시와세계 신인상), 변선우(동아일보 신춘문예), 이근석(동아일보 신춘문예) 등 선배들의 뒤를 이어 문학을 공부하고 시를 쓰고 있는 ‘한남시정신’ 학생들의 기개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그 순수한 열정의 결과물은 ‘한남시정신’ 창간호에 담겨있다. ‘한남시정신’은 문창과 선후배들의 만남의 장이자 문학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선배들이 문단에서 보여주고 있는 역량을 후배들이 따르고자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국어국문창작학과 김완하 교수를 필두로 손미, 성은주, 박송이, 김지숙, 변선우, 이근석, 유선영, 박희준, 김다은, 김재광, 강안나, 노예찬, 이해인, 이예송, 이윤지, 권영훈, 김도경, 김수진, 박영미, 박지수, 박해빈, 백승민, 변우림, 서지형, 양현진, 조혜진, 최수영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들 중 권영훈(국어국문창작학과 1학년, 한남시정신 편집장), 김도경(국어국문창작학과 1학년, 한남시정신 부회장), 변우림(국어국문창작학과 1학년, 한남시정신 편집위원), 박해빈(국어국문창작학과 1학년) 씨를 만나 당찬 포부와 한남시정신의 미래를 들어본다.

김도경 씨
김도경 씨

◆ 60대 후반 문학인을 꿈꾸는 만학도

김도경 씨는 한남시정신 부회장으로 뒤늦게 시적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올해 68세의 나이임에도 20대 못지않은 패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좋은 기회가 있어 대전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다녔어요. 당시 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수필로 썼는데 전국 학예대회 대상(현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죠. 나도 모르는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의 한을 풀고 싶었고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학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자’란 마음을 갖고 학교생활을 하는 그는 시에 대해 ‘삶의 존재’라고 표현했다. 김 씨는 “이제 시는 제가 살아가는 이유에요. 시를 쓰며 삶의 퍼즐을 한 조각씩 맞춰가고 있죠. 가족들의 응원과 교수님의 지원, 학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참 감사한 분들이 많습니다.”라고 웃음지었다.

김 씨는 사람들에게 잘 읽히고 희망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펜을 잡는다. 그는 “제가 어려운 일이 있었을 때 종종 책을 읽곤 했어요. 뜻도 모르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봤죠. 저도 다른 사람들에 용기와 기쁨을 주고 싶습니다. 늦은 나이에도 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어요. 한 번 들어서 이해가 안되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다시 들여보면 되죠. 시를 쓰며 다시 20살로 회춘한 기분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라고 말을 마쳤다.

권영훈 씨
권영훈 씨

◆ 한남시정신 소중한 교류의 장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대면 기회가 줄면서 자연스레 만남도 줄어들었다. 이는 한남시정신도 피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한남시정신 학우들은 선배 시인들의 지원 아래 시를 더 깊이 알아가길 원했다. 이들은 비대면으로 서로를 보듬고 이끌어가며 ‘한남시정신’을 세상에 내놨다.

한남시정신 권영훈 편집장은 한남시정신을 선후배 교류의 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남시정신 학우들은 시를 쓰며 느낀 점을 공유하고 작품에 대해 피드백을 주며 성장하고 있어요. 선배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했죠. 뜻이 더 맞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모임입니다. 문집을 만들며 계속해서 문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넓혀갈 예정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권 씨는 이 책을 펴내며 시 정신이란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한남시정신’이란 이름으로 한데 모여 문학 활동을 할 수 있음에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편집을 맡은 게 처음이라 어설픈 점이 많았지만, 제가 쓰는 시 외에도 선배, 학우분들의 작품을 통해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모두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한 순간 모두가 소중한 추억이 됐죠. 많이 반성하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그는 문학이 주는 감정에 대해 ‘절망과 희망’이란 대조되는 두 단어를 꺼냈다. 권 씨는 “제 글이 책에 실린다는 것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들었어요. 창작을 한다는 게 어려워 보였고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미묘하게 다가오는 희열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를 냈다고 생각하죠. 학우들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시를 통해 보여줬는데 이를 통해 독자들이 힘찬 내일을 꿈꾸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변우림 씨
변우림 씨

◆ 시(詩)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계단

편집위원으로 ’한남시정신‘에 참여한 변우림 씨는 설레는 마음을 먼저 드러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즐겨 읽었는데 실제로 써보며 새로운 기분을 느꼈어요. 서로 시를 공유하고 감상평을 주고받는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죠. 시를 비롯해 선후배 학우들의 작품이 이렇게 결과물로 나와 너무 행복합니다. 그동안 노력해왔던 것들을 보상받는 기분이죠.”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마냥 기쁨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변 씨는 편집위원으로서 학우들의 시를 모으고 전달하는 부분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학우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작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처음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발생할 수도 있죠. 그래도 이렇게 시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기대했다.

20대 초반 시를 쓰며 시인을 꿈꾼다는 말이 요즘 세대에서는 다소 생소한 일이다. 그러나 변 씨는 어려운 길임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꿈을 하얀 백지 위해 펼쳐내고 있다. 그는 “옛날에 비해 사람들이 시를 접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해졌어요. 소셜네트워크(SNS)에서도 손쉽게 시를 찾아볼 수 있죠. 저도 시를 쓰면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시가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인식이 사라지고, 쉽고 재미있는 장르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문학이 젊은 세대와 멀어져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하루빨리 진입장벽이 낮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기원했다.

이어 “저는 동아리에 들기 전에는 시가 어려웠어요. 그 구조와 순서를 너무 꼬아서 생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죠. 지금 나이가 20살이긴 하지만 문학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요. 저만의 줏대를 가지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죠. 시는 제가 조금 더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 하나의 계단입니다.”라고 확신했다.

박해빈 씨
박해빈 씨

◆ “문학을 선택한 삶 멋지게 살다 죽겠다”

국어국문창작학과에 재학 중인 박해빈 씨는 책을 써서 만들어본 경험은 있었지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과정은 알지 못했다. ‘한남시정신’ 발간을 계기로 출간 과정을 지켜본 그는 “한 권의 책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부분들이 보여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 글 뿐만 아니라 학우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과정을 함께해준 교수님들, 선배, 학우들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죠.”라고 전했다.

특히 박 씨가 생각하는 미래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바꿔버릴 만큼 올곧고 확실하다. 그는 “아무래도 신입생이다 보니까 내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고등학생 3학년 때 이 길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굶어죽어도 상관없으니 이렇게 살다가 멋지게 삶을 마감하자란 생각으로 살고 있죠.”라고 단언했다.

박 씨는 타인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이 타인의 비난을 받으면 어떤 마음이겠냐’는 질문에 그는 “창작과 비평이라는 말이 먼저 생각납니다. 저는 이제 20살이에요. 아직 어리니까 완벽한 글을 완성하기 어려울 수 있죠. 저희는 모두 습작생이니 좋지 않은 평가라도 소중하게 다가와요. ‘한남시정신’을 통해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보다 이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레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책을 많이 안 읽게 되는 사회가 된 것 같아요. 현대 사회가 주는 기술이 너무 발달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이 그만큼 빨라지고 다양해졌기 때문이죠. 이 가운데 문학의 영향력이 사라진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가 주는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죠.”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앞서 학우들이랑 비슷하지만 대전, 한남대가 아닌 어딘가에서 누군가 시를 쓰고 있고, 문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이런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독자가 느끼는 대로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은 대로 이 책을 읽어주길 바랍니다.”란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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