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하여 청년 시절 일제강점기를 맞이한 시인 백석. 그는 현재 시인들의 시인이자, 고향의 대명사이다. 그의 시는 교과서, 모의고사, 대학교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기제되었는데 그만큼 그의 시는 한때 일제강점기였던 시대에 맞서 고향이라는 공동체를 더욱 결속력있게 만들어준 민중의 시이자, 토속적인 표현들을 사용하여 지금의 우리에겐 해석에 대한 어려움을 주는 시이다.

이 책에서는 백석의 시를 노래라고 표현하며 백석의 노래, 말뜻 풀이, 군소리, 노래의 본디 모습 순으로 책의 내용이 짜여져 있다.

특히 이 책을 쓴 저자가 국어교육과 출신에 우리말교육대학원장, 우리말교육현장학회장 등을 맡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으로 공직을 마쳤고 그와 함께 책 집필을 도와준 이들도 국어교사, 교육학 박사등 다양한 학위의 전문가다. 때문에 책의 구성 중 하나인 군소리에서는 대학 학위의 여러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백석 시인의 시들에 대한 해석이 적혀있어 시를 읽고 감상한 내 생각과 비교할 수도 있고 시에 대한 백석의 여러 배경들을 읽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백석의 시들은 정감있고 일상같은 시들이 많았는데, 특히 일제강점기를 표현하고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여기에서 화자인 ‘나’는 예전에는 사람들과 집안을 지켰던 ‘서낭’들이 ‘귀신’으로 변하여 자신을 괴롭힌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방 안에서도, 토방에서도, 부엌에서도, 고방에서도, 굴통 모퉁이에서도, 뒤울안에서도, 결국에는 그 어디에서도 내 자리는 없다. 그 귀신들이 가지고 있는 건 힘이고, 나는 온 몸을 펼치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도망친다. 실제하고 있는 건 바로 자신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멀리 달아나도 내 발꿈치에 붙은 달걀귀신은 떨어지지 않는다. 화자는 결국 자신이 이 마을에서 태어난 운명을 탓하게 된다.

나는 이 시를 현대 사회에 거의 모두가 겪어본 그런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힘으로 돌아가는 사회는 그들이 호의적이든 아니든, 쫒길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의 내 자리는 어디에도 없어서 그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도망칠 곳도 사라져서, 내 운명을 탓하게 된다. 아마 백석 시인은 자신의 ‘자리’라는 것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백석의 시는 이처럼 운명에 관련된 시들이 꽤 있는데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서론에서 한 번 소개했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에서 많이 드러난다. 앞서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에서는 운명을 탓했다면 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에서는 불우하고 슬픈 운명을 받아들이고 슬픔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진다. 특히 이 시에서는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화자에 비유하며 시를 전개했는데 일제강점기가 지나고 광복이 된 후 두 갈래로 갈라진 우리나라에 대한 슬픔을 꿋꿋이 견디는 그런 자세를 보여줬던 것 같다.

백석의 시들은 그 시절의 백석의 심정을 표현하는 것뿐이 아닌, 현재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공감을 하면서 위로를 받고 또 다른 때에는 그의 결심에 희망을 얻기도 한다. 나는 이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으로서 백석의 시로부터 많은 위로와 희망을 받았다. 그의 슬픔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여태 부정적인 것들을 그저 부정만해오던 내게 큰 충격을 주었고 그에 따라 서로의 원인이 되는 슬픔과 기쁨이 절대 떨어뜨려서 생각하면 안되는 감정들임을 깨달았다. 백석의 시는 우리의 위안이자, 우리의 삶이다. 나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시인에 대해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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