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575돌] 할머니들이 만든 '용민정음'(사진=칠곡군)
[한글날 575돌] 할머니들이 만든 '용민정음'(사진=칠곡군)

‘어릴 적 배움의 기회가 없어서 한글을 깨칠 수 없었지만 이런 이유로 내 나이 육십이 넘어 배우는 공부가 더 즐겁구나. 이제는 배움을 베풀고자(나누고자) 사람마다 하여금 쓰기 쉬운 다섯 개 글꼴을 배포하였으니 칠곡군민 모두의 자랑이 되었느니라.’

한글날을 앞두고 6일 경북 칠곡군청 갤러리에서 개막한 '칠곡할매글꼴 상품 전시회'에서 울려 퍼진 칠곡할매글꼴 선언문 '용민정음'(用民正音)의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글씨체로 만든 칠곡할매글꼴(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이종희체, 칠곡할매 추유을체, 칠곡할매 권안자체)을 홍보하고 한글 사랑운동을 확산하기 위해 칠곡군이 마련한 전시다.

이날 용민정음을 대표 낭독한 이는 글꼴 제작에 참여한 추유을(87) 할머니로, 한글 창제의 이유를 적은 훈민정음 언해본의 서문을 본떠 칠곡할매글꼴의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초대손님으로 개막식에 참석한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전 연세대 의대 교수)은 훈민정음을 낭독했다. 최 회장은 일제 치하 조선어학회를 창립하고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만든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의 손자로, 대를 이어 한글운동과 세종대왕 선양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는 전(前)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세종대황기념사업회 대표이사, 한글학회 재단이사, 외솔회 명예이사장, 연세대 명예교수 등을 역임하며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과학화에 기여했다.

추 할머니는 최현배 선생의 제사상에 올려달라며 직접 농사지은 햅쌀을 최 회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에서조차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남용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칠곡할매글꼴을 통해 우리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전국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주민들이 교육을 통해 ‘할매글꼴’을 활용·제작한 다양한 상품을 전시함으로써 할머니들의 열정적인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민들의 문화 자존감 향상에 기여하고자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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