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소설로 재조명한 골령골 통한의 역사’ 류이경 작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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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터뷰] ‘소설로 재조명한 골령골 통한의 역사’ 류이경 작가를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1.09.19 13: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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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경 작가
류이경 작가

대전시 동구 산내에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집단학살지로 알려진 장소가 있다. 뼈와 영혼이 산처럼 쌓였다는 뜻의 골령골이 그곳이다.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끌어안고 있는 골령골에는 8개 학살지가 있다. 길이 30m에서 180m에 달하는 흙구덩이 속에는 희생자들의 눈물이 배어있다. 각각의 구덩이를 연결한 길이가 무려 1km에 골령골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 됐다.

한국전쟁이던 지난 1950년 6월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대전형무소 재소자 등과 대전 충남·북 일원 보도 연맹원, 민간인 7000여 명이 이곳에서 군인과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집단학살 이유는 '북한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의심, 바로 치안유지였다. 이렇게 수많은 목숨이 억울하게 희생됐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그날의 진실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세상 속 음지와 벼랑에 선 사람들,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류이경(본명 박경희) 작가. 그는 골령골의 암울했던 과거를 소설로 풀어내 통한의 역사를 널리 알리고 있다. 사람들이 아픈 역사를 서로 보듬고 위로하는 화해와 치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물이 소설전문지 ‘한국소설’ 통권 266호에 실린 단편소설 ‘붉은 나무의 언어’다.

류 작가는 “골령골 학살이 발생한 지 71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소설을 통해 수많은 양민이 희생됐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내용 중 일부는 제가 직접 경험한 일이에요. 지난 2015년 골령골 유해 발굴 조사 과정을 참관했었는데 당시 학살의 실상을 알고 정말 가슴이 아팠죠. 말로만 무성했던 민간인 학살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웃을 돌아보는 과정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라고 힘줘 말했다.

소설은 다소 침울한 분위기 속 유해 발굴 현장을 묘사하며 시작된다. 반면 호기심 많은 주인공 동미의 밝은 분위기가 대조되며 한 노인의 지난날이 소환돼 골령골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류 작가는 지금이라도 과거의 참혹했던 진상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무거운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억울한 희생자가 있으면 가해자도 분명히 있습니다. 희생자는 명백히 희생자라 할 수 있지만, 가해자는 명령에 의해서도 가해자가 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소설 속 화자를 통해 밝히고자 했어요.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고백을 듣기 위함이었죠.”라고 전했다.

이어 “제가 아는 사실 위에 더 많은 허구를 쓴 게 아니라 힘든 작업은 아니었어요. 가해 책임자의 처벌이나 진상 파악이 빨리 됐다면 내용이 바뀌었겠죠. 한국 곳곳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민간인 학살지가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국민으로서 한마음이 되기도 어려운 일인데 그동안 너무 감추고 덮어 뒀어요. 이제라도 세상에 알려서 고인을 위로하고 남은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한다고 생각하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이경 작가
류이경 작가

지난 2018년 단편소설 ‘너를 기억해’로 등단한 류 시인은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글로 옮기기 위해 오늘도 펜을 잡는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 등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먹고 사는 것이 먼저였지만 문학을 향한 열망은 절대 꺼지지 않았죠. 전에는 주로 시를 썼는데 시로 많은 이야기를 녹여내는 것이 불편해져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마냥 글을 길게 쓰고 거짓말을 해도 소설을 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소설 쓰기가 그렇게 쉬운 거라면 저는 시작도 하지 않았겠죠. 비단, 소설뿐 아니라 무언가에 열정을 쏟는 예술가를 보면 박수를 쳐주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희망했다.

류 작가는 삶 속에서 의식하지 않아도 소설과 함께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소설의 강점을 묻자 “집 하나가 시라면 마을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소설을 통해 멋진 집을 지을 수도 있고, 산과 들판, 건물과 크고 작은 길이 나 있는 마을도 만들 수 있죠. 시라고 하면서 말을 많이 쏟아 놓으면 시의 맛은 사라집니다. 시가 요구하는 압축, 비유, 상징 등 그것이 있어야 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소설에 그런 비유가 없는 것이 아니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시나 소설은 수필에 비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장르라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류 작가는 그동안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한데 묶어 자신의 첫 저서를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작품이 10번째 소설이에요.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소설들의 집을 찾아줄 예정이에요. 늦어도 그 다음 해 소설집을 내고 이후에는 장편소설을 써보고 싶은 마음입니다.”라며 갈무리했다.

류이경 작가는?

류 작가는 지난 2018년 단편소설 ‘너를 기억해’로 등단해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꽃집을 운영하며 문예 창작, 글쓰기, 논술 지도를 통해 문학 새싹들을 가꾸고 있다.

그는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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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 2021-09-19 17:40:54
좋은 기사 고맙습니다. 소설 전체를 함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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