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 박쥐'

독서의 달 9월, 여전히 소설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에세이와 경제 관련 도서도 다시 순위권에 진입하며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믿고 보는 작가’와 영향력 있는 유튜버들이 집필한 책이 인기가 많은 추세다. 

9월 첫째 주 기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서는 이미예의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2'가 5주 동안 1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전편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도 2위로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며 시리즈의 인기를 증명하는 중이다. 

3위는 에릭 와이너·어크로스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4위는 이치조 미사키·모모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람이 사라진다 해도’, 5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조와 박쥐’가 차지했다. 장명숙·김영사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이야기’, 정지영의 ‘대한민국 재건축 재개발 지도’,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정유정의 '완전한 행복',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이 뒤를 잇는다. 

이 중에서는 지난주에 비해 5단계를 치고 올라온 ‘백조와 박쥐’, 2단계 상승한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이야기’, 새롭게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대한민국 재건축 재개발 지도'가 주목할 만하다.

우선 ‘백조와 박쥐’는 세계 누적 판매 1300만 부 베스트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쓴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35주년 신작 장편소설이다. 33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두 개의 살인 사건, 그 뒤를 쫓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추리소설 본래의 재미와 치밀한 구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공소시효 폐지의 소급 적용 문제, 형사재판 피해자 참여제도, 범죄자와 가족 신상 털기, 공판 절차의 허점 등 굵직한 사회적 쟁점을 세심히 녹여냈다.  

이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이야기’는 부드러운 소신을 가진 온라인콘텐츠창작자 겸 패션디자이너 밀라논나 장명숙의 인생 내공을 담은 에세이다. 밀라논나가 하나뿐인 자기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며 이해하고 안아주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평생 쌓아 온 경험과 지혜가 함께 담겨 있다. 긴 세월 동안 자연스럽게 체화한 봉사와 검약의 생활 철학,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조언과 유튜브에서는 하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를 통해 진짜 멋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청약지도’는  ‘청약의 신’이라 불리는 저자 아임해피(정지영)의 실제 사례를 다루고 있다. 첫 내 집 마련을 ‘재건축’ 투자로 성공한 저자는 청약이 아니어도 반드시 길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재건축·재개발 투자에서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지식은 물론 부동산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대출과 세금 등 꼭 알아야 할 핵심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다. 

이들의 책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은 심리가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많다. ‘백조와 박쥐’를 읽은 독자 A 씨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번 새로운 작품을 가져오는 작가다. 대부분의 작품이 재미있어서 일단 신작이 나오면 믿고 읽는다”고 말했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이야기’를 읽은 독자 B 씨는 “시니어 유튜버라는 게 흔치 않다 보니 더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장르가 에세이라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았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청약지도’를 읽은 독자 C씨도 “코로나19로 경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갈증은 더 늘고 있지 않냐”며 “경제 관련 도서 인기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이가 쓴 만큼 유용한 노하우가 많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대전 유성구의 한 서점 관계자는 “인기가 많은 브랜드가 있듯 책에서는 작가의 이름이 브랜드가 된다. 소위 말해 '네임밸류'다. 이미 형성된 팬층이 있을뿐더러 유명한 작가의 책은 유명해진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 더 많이 찾는다”며 “요즘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와 친밀해진 것도 크다. 유명한 유튜버가 책을 쓰면 기본적으로 다수의 구독자들이 구매하게 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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