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으로 돌아온 '채식주의자' 한강(사진=문학동네)
제주 4·3으로 돌아온 '채식주의자' 한강(사진=문학동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가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내놨다.

그는 7일 출간을 기념해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누가 어떤 소설을 쓰고 있느냐고 물으면 어떤 때는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답했고, 또 어떤 때는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 제주 4·3에 대한 소설이라고도 답했다”고 말했다.

신간 '작별하지 않는다'는 1부 '새', 2부 '밤', 3부 '불꽃'으로 짜였다. 한강은 "3이란 숫자를 좋아한다"며 "모든 장편소설을 3부로 쓰지는 않았지만 '흰'이나 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도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소설의 시작은 주인공 경하가 꾸었던 꿈의 장면이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등성이까지 심겨 있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생각하는 사이 어느 순간 발아래로 물이 차오르고, 그는 무덤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채로 꿈에서 깬다."

한강은 "2014년 여름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실제로 그 꿈을 꾸었다"며 "깨어난 직후 이것이 광주에 대한 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후 4년이 흐르는 동안 천천히 그 꿈이 제 안에서 자라났다"고 말했다.

제주 4·3을 소재로 한 데 대해선 “소설을 쓸 때 제가 의도를 가지고 쓰게 되기도 하지만, 어떤 모티브가 떠오르고 어떤 장면이 떠올라서 이게 어떤 소설이 될지 스스로도 알고 싶어지고, 시간이 흐르고 문득 이게 이런 의미였구나, 내 소설은 이렇게 가는구나, 하고 알게 되는 이상한 순간이 있다.”면서 “그렇게 해서 저는 절대로 제주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쓸 계획이 따로 없었는데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전했다.

작가는 특히 “코로나 시국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홀로 있어야 하고, 함께 있어도 마스크를 쓰고, 악수를 못 하고 포옹을 못 하고, 아직도 그런 시절을 통과하고 있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가 연결되고 싶어 하는 것 같고, 단지 우리의 방에, 우리 개인사, 우리 삶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그 밖으로 뻗어 나가서, 몸이 닿지 않더라도, 닿고 싶은 게 아닐까, 우리 삶에만 갇히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목 ‘작별하지 않는다’의 의미에 대해 작가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생각했다”면서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끝내지 않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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