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문고 문닫는다' 안내문
(속보) 불광문고 오늘 영업종료 "찾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사진=불광문고)

5일 오후 2시께 서울 은평구 지역서점 불광문고 출입문 앞에서 최낙범(61) 대표가 서점을 나서는 손님들에게 꽃을 한 송이씩 나눠줬다. '감사'의 의미가 담긴 분홍색 카네이션이었다.

지난 1996년에 개점해 25년 동안 서울 은평구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오던 '불광문고'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영업종료일인 5일 예상과 달리 서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늘 문 닫는 서점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책을 고르고, 계산대 앞에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수도권 전철 3·6호선 불광역 인근 자리에 1996년 문을 연 불광문고는 동네서점들이 연이어 영업을 끝내는 상황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왔다.

서점 측은 "책 판매로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버거운 날들이 오래 지속됐다"며 "도서 유통시장은 온라인 서점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고 오프라인 지역 서점은 온라인 서점보다 비싸게 책을 공급받고 있다"며 "이런 기형적인 도서 유통 구조와 대형 서점의 지점 확장으로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졌다"며 지난달 폐업 소식을 알렸다.

서점 측은 이날 영업을 종료하며 그간 불광문고를 이용해준 독자들에게 카네이션을 건네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최낙범 사장은 서점을 나서는 손님에게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며 분홍 카네이션을 건넸다. 꽃을 받는 손님들은 "아닙니다, 저희가 감사했지요", "꼭 다시 서점이 문 열기를 기다립니다"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은평구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주민 문화공간인 지역서점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구는 지난달 31일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불광문고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임대인 측엔 불광문고가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주민 의견과 구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고 1일 밝혔다. 불광문고를 인수한 문고 직원들이 건물주와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불광문고는 임대인에게 직원들이 서점을 인수한 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전달했지만, 임대인은 직원들의 경영 전문성을 우려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구청의 노력에 임대인은 불광서점 직원들의 서점 인수에 동의하고 임대료를 3개월간 면제하는 조건을 내놓은 상태다. 폐업을 준비하던 불광서점은 임대인의 제안을 수용할지 막판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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