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주간이 찾아왔다. 1일부터 7일까지의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계룡문고에서 기획한 전시, ‘언어로서의 여성’ 현장을 찾았다. 

양성평등주간은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인 양성평등 사회를 촉진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양성평등주간은 원래 여성주간이었지만 2015년 7월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뀌면서 명칭이 변경됐다. 

전시 첫날인 1일 찾은 전시장은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직은 설치가 끝나지 않아 빈 공간이 있는 풍경이었지만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확고해보였다. 사람들은 빔프로젝터를 연결하고, 스크린에 띄울 사진과 영상을 점검하고, 배치를 고민하며 테이블을 옮겼다. 작품을 전시할 위치를 논의하는 소리, 현장을 찾은 이에게 작품을 설명해주는 소리가 조화롭게 울리는 동안 영상 속 이름 모를 여성은 계속 자신만의 춤을 췄다. 

 

전시회를 찾은 한 여성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전시회를 찾은 한 여성이 최승희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퀼트, 사진, 섬유, 판화, 영상과 포스터 등 전시장에 걸린 작품은 다양하다. 하나의 성, 대상화를 넘어 ‘여성의 언어’를 여러 통감각적 매체를 통해 다루고자 했다는 것이 최승희 기획가의 설명이다. 그는 “언어라는 게 단순한 말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다른 많은 것이 언어가 될 수 있다”고 해설했다. 

예를 들어 대중매체와 통상적 여성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김경량 작가는 판화를 통해 자본주의 하에서 대량으로 찍어내 상업화된 여성의 이미지 출판을 비판한다. 최경란 작가는 역사적으로 여성의 주된 영역이었던 바느질을 단순히 한 가족의 안위를 보전하는 생업기술에서 평화 지향의 이미지로 승화시킨다. Sunny 작가는 물체의 그림자가 다른 물체 위에 비추는 투영의 개념을 빌려 데이트 폭력을 표현하며 불쾌감을 통해 보는 이의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했다. 

 

한 남성이 전시된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한 남성이 Sunny 작가의 '투영(일상폭력)'을 관람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전시를 진두지휘한 최승희 기획가는 한국의 아줌마와 생활체육의 이미지를 엮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건강해지기 위해 몸을 단련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다. 전시장의 한 스크린 속 끝나지 않는 춤을 추던 이름 모를 여성은 그 중 하나다. 

전시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막힘 없이 꺼내는 최 기획가의 큐레이팅에서 그가 이 전시를 위해 얼마큼의 노력과 집중력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작품의 의미에 대해 의아해하다가도 그의 설명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와 공감을 표했다. 
 

최경란 작가의 'Together'. 안민하 기자
최경란 작가의 'Together'. 안민하 기자

 

최경란 작가의 ‘Together’가 인상 깊었다는 김진욱(32·남) 씨는 “보통 ‘남자를 찾아요’하면 당연히 파랑을 찍을 것이고 빨강을 여자로 찍을 텐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자 여자 이런 건 크게 의미가 없다. 우린 하나다. 필요한 존재, 싸울 상대가 아니라 함께다’라는 의미를 주신 것 같다”고 평했다. 

또다른 관람객 A(49·여) 씨는 “처음에는 의도 파악을 못해 ‘뭘까?’ 했었는데 데이트폭력에 대한 모습, 생존하기 위한 바느질 같은 이야기들을 알게 되니 의미가 좋다”며 “바느질, 춤, 영상, 매체로 ‘언어로서의 여성’을 충실하게 잡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획자가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최승희 기획가가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호평 속에 시작된 전시지만 최승희 기획가가 호의적인 평가만을 바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성(性) 혐오주의자들이 찾길 바란다. 욕을 하더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여성혐오·남성혐오가 극단에 달한 상황”이라며 “남자, 여자, 다른 성들도 와서 혐오에서 벗어나 재밌는 실험을 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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