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모든 말을 내 귀로 가져올 필요가 없다. 훗날 내뱉은 사람조차 기억하지 못할 말을 마음에 욱여 넣을 이유가 없다. 그 말은 그 사람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내 슬픔을 헤아리는 사람이 들려주는 말, 세상이 날 외면하는 순간에도 온전한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의 입술 에서 흘러나오는 말로 귀를 가득 채우며 살아야 한다.”

 

‘도대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인간의 마음은 왜 흔들리는가?’ 누구나 이런 질문에 휩싸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마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책에서 이기주 작가는 함부로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는다. “모든 일이 잘될 거야!”라는 식의 상투적인 위로는 누군가에겐 꽃이 아니라 칼이 될 수도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슬픔의 방에 홀로 들어가 펑펑 울고 있는 사람을 향해 어서 나오라고 고함을 지르는 행위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느린 노크’로 인기척을 냈는데도 대답이 없으면 문을 벌컥 열어젖히기보다, 스스로 눈물을 소진하고 슬픔을 말릴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야말로 참된 위로가 아닐까. 살다 보면 무턱대고 다가가기보다 관심과 무관심 사이 그 어디쯤에서 인내심을 갖고 누군가를 잠잠히 기다려줘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그 사람을 기다릴 수 없으면 위로할 수 없고, 위로할 수 없으면 사랑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면에서 인생은 내가 그리 특출 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틈틈이 깨닫는 과정인지도 모른다”라든지,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단면(斷面)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상의 흐름과 마음의 상태를 바라볼 것을 권유한다. 

-이기주의 '마음의 주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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