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원지 크리에이터를 알게 된 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서였다. 언젠가부터 유튜브에 여행 브이로그 영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영상부터 비교적 최근 영상들까지 여행 콘텐츠가 마치 두더지잡기 놀이처럼 하나둘씩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는 팬더믹 시대에 여행 브이로그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한 줄기의 빛 같은 존재인가 보다 했다. 원래 나에게 여행 브이로그란 여행 준비부터 여행 도중 일어난 모든 사건의 과정들을 예쁘게 포장하여 미화한 결과물이었다. 소위 예쁜 쓰레기라 불리는 기념품 가게의 겉만 번지르르한 장식품 같은 존재 말이다.

이세정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이세정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약간의 부정적 인식 속에서 이원지 크리에이터의 이집트 여행 브이로그 영상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썸네일만 봐도 다른 여행 영상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 누구나 쉽게 당할 수 있는 현지인의 과도한 호객행위 모습을 그대로 썸네일에 박제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의 솔직함에 놀랐지만 이내 매력을 느끼고 홀린 듯이 영상을 시청했다. 썸네일처럼 영상은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행의 민낯을 고스란히 비춰주고 있었다. 그렇게 채널의 거의 모든 영상을 다 시청할 정도로 빠져들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가 쓴 저서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를 접하게 되었다.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는 영상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좀 더 적나라하게 그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작가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성장환경과 도망가다시피 한 아프리카 여행, 여행 후의 또 다른 일상, 늦은 나이에 미국에서의 인턴 생활, 현재 한국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의 모습을 솔직 과감하게 서술하고 있다. 책은 이렇게 총 5장으로 구성되어 그의 굴곡진 인생을 전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그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엄청나게 대단한 삶을 살아왔던 걸로 보일지 모른다. 물론 일로 시작해 일로 끝나는 쳇바퀴 같은 삶과 비교해봤을 때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차분한 호흡으로 따라가 보았을 때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늘 가지는 걱정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늘 가난했고 어떤 일이든 될 듯 말 듯 한 그 어설픈 가능성이 나를 매번 좌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이 모든 것이 여행이라 생각하니 견딜 만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저질러 보니 생각보다 별일 아니더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어떤 일이든 될 듯 말 듯 한 어설픈 가능성. 아마 20대, 30대 청춘이 가지는 대표적인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깜깜한 미래는 늘 두려운 존재이다. 어떤 일을 행할 때 그 결과는 저 먼 미래에 덩그러니 놓여있고, 우린 당장 현재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쥐가 언제 자신을 덮칠지 모르는 덫에 놓인 치즈를 먹는 것처럼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을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 깜깜한 미지를 향해 확신을 가지고 달려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늘 가진 채 살아갈 것이다.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일련의 순간들과 감정들을 ‘여행‘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도전하며 나아가고 있다.

바쁘고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는 다소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라는 제목은 당장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제 발이 닿는 곳엔 언제나 멋있는 풍경이 펼쳐지는 여행의 묘미를 일상에 대입시켜보자. 더나은 삶을 향한 갈림길이 마냥 막막하고 불안하게만 보이진 않을 것이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가는 길에는 그 나름의 멋있는 삶이 우릴 반기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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