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교학점제 시행 앞당기기에 교육 현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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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고교학점제 시행 앞당기기에 교육 현장 혼란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1.08.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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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2023년부터 단계적 도입
학교 현장 제대로 정착될지 미지수
수능·내신에 유리한 과목 집중 선택 우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이자 국정 과제로 꼽히는 고교학점제가 올해 중학생 2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인 오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앞서 교육부는 현재 초등 6학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적용해 2025년 전면 시행한다고 밝혀왔지만, 갑작스레 시기를 앞당겼다. 이에 교육 현장에서는 2년이나 시행 기간을 단축하는 건 무리한 처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단계적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시행 방식에서 큰 틀은 같지만, 성적 산출 방법 등이 달라졌다. 교육부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3년부터 고1 학생들의 수업량 기준은 현행 204학점에서 12학점 줄어든 192학점이 된다. 2023~2024년에는 192학점을 다 채우지 못해도 출석 일수만 채우면 졸업이 가능하다. 반면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25년부터는 각 과목 출석률과 학업 성취율 40% 이상을 모두 충족한 상황에서 192학점을 따야 졸업할 수 있다.

오는 2024년까지 1학점은 50분짜리 수업 17회로, 2025년부터는 50분짜리 수업 16회로 바뀐다. 현재 고교생은 3년간 2890시간의 수업을 이수하고 있지만 2023년부터는 2720시간, 2025년부터는 2560시간으로 수업 시간이 대폭 감소된다.

고교학점제의 미이수 제도와 선택 과목에 대한 성취평가제(절대평가) 적용은 본 계획대로 2025년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내신 상위 4%까지 1등급, 상위 11%까지 2등급을 주는 식으로 상대평가를 진행 중이지만 이 같은 등급 산출 방식을 2024년까지만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 수업처럼 자기 적성과 선호도 등에 따라 과목을 골라 수업을 듣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본래 2022년 시행을 목적으로 시작돼 현 정부 출범 이듬해인 지난 2018년 당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3년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사실상 2년 앞당기며 혼란을 교육 현장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야 하고 수업 환경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이 결정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2년 뒤부터 준비하는 취지”라며 “2023년 고1에 도입하더라도 2024년까지는 내신 성적 산출 방식과 수능 제도가 현행 방식 그대로이기 때문에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교육계의 거센 비난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행 대학 입시 체제에서 고교학점제 적용을 받게 되는 현재 중 1~2 학생에게 입시 준비와 수업이 분산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한 입시에 유리한 과목만 골라 듣고, 선택과목 시간에 수능 준비를 하는 등 고교학점제가 당초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A 대학교수는 “고교학점제는 성취평가제 도입과 수능 영향력을 줄이는 방안이 받쳐줘야 하는데 정작 현재 중 1~2는 고교학점제 적용을 받으면서 대학 입시는 현행 체제로 치르는 꼴”이라고 내다봤다. 

교육 당국의 이 같은 발표는 학부모들에게도 다소 당혹스럽게 다가왔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고교학점제와 자신들과 상관없는 제도로 인식해왔지만 그 기간이 빨라지며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중학생 1~2학년 학생 수는 92만여 명인데, 이들이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오히려 올해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따른 입시 결과가 현재 중학교 1~2학년들의 고교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고교학점제를 갑자기 2년이나 당겨버려 우리 아이도 그 범위에 포함됐다”며 “당황스럽지만 당장 고교학점제에 대해 알아보는 게 우선”이라고 다급해했다.

현재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교원 수급 계획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요 교원단체들도 반대 입장에 힘을 실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성명을 통해 교육부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교총은 관계자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 도입은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 동안 교육부 결정에 다소 호의적이었던 전교조 또한 등을 돌렸다.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교원 확충과 교사 업무 경감, 대입제도 개편 방안 등을 내놓지 않은 채 고교학점제를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교사들의 반발이 심한 이유로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교총이 발표한 고교학점제에 대한 고교 교원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은 반대 이유로 '학교 현장의 제도 이해 및 제반 여건 미흡'(38.5%)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학생의 자기주도성 강조가 교육의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응답이 35.3%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이 기존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의 운영 성과부터 검증하고, 교사 확충과 교육 격차 해소 방안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아무런 대책 없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교육부가 심각한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며 똑똑한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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