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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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 역량진단’ 가결과 성신여대·인하대·용인대 등 52개 대학이 평가에 탈락하며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대학 진단이 이른바 ‘대학 살생부’로 불리는 만큼 평가선을 넘지 못한 대학들은 대학 평판·신입생 모집 등에서 겪게 될 불이익에 볼멘소리를 낸다.

지난 1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학 일반재정지원 내용을 담은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했다. 이는 교원확보·학생 충원율 등 대학의 교육여건·성과를 평가한 것으로 일반대학 136곳, 전문대학 97곳 등 233개 대학이 통과했다. 교육부는 대학별 이의신청에 대한 심의를 거쳐 이달 중 최종 결과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상위 73%에 해당하는 서울대·연세대 등 일반대학 136곳은 교육부로부터 연간 평균 48억 3000만 원, 전문대학 97곳은 평균 37억 5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반면 하위 27% 범주인 인하대, 성공회대, 성신여대 등 52개 대학은 평가에 탈락하며 3년간 정부 지원이 제한됐다.

수도권 4년제 중에는 성공회대·성신여대·수원대·용인대·인하대 등 11곳, 수도권 전문대는 계원예술대 등 8곳이 정부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대구·경북·강원권 6곳, 부산·울산·경남권 2곳, 전라·제주권 3곳, 충청권 3곳이 떨어졌다. 전문대의 경우 대구·경북권 5곳, 부산·울산·경남권 2곳, 전라·제주권 5곳, 충청·강원권 7곳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탈락 대학(자료=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 탈락 대학(자료=교육부)

교육부는 이번 평가에서 전국을 5구역으로 나눠 권역 내 대학의 90%를 선발하고 나머지를 전국 단위로 뽑았다. 대학들이 주로 권역 단위에서 속에서 경쟁을 펼쳤다는 얘기다. 수도권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비수도권 대학들을 배려하는 방식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수도권 역차별이란 불만이 나왔다. 전국 단위로 비교하면 선정 대학 명단에 포함될 수 있었지만 수도권 안에서 비교돼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수도권 A 대학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 입장에서 이번 선정 방법은 납득할 수 없다”며 “상대적으로 결과가 우수한 편임에도 수도권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탈락의 고배를 마신 대학들은 재정지원이 끊길 위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신입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주관한 기본 진단조차 통과하지 못한 대학이란 평판으로 신입생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수도권 B 대학 관계자는 “당장 정원이나 재정 제한도 문제다. 하지만 학교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게 가장 억울한 부분”이라며 난감해했다.

사실상 ‘퇴출 통보’나 다름없는 교육당국의 결정에 미선정 대학들은 다급하게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진단 결과가 대학별 이의신청에 대한 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걸쳐 이달 말 확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탈락 대학들이 교육 당국의 결정을 엎기 위해 노력해도 결과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 C 대학 교수는 “교육부가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결과가 바뀔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가에 통과한 대학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긴 마찬가지다. 학생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한다면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합격 대학들은 내년 3월까지 대학 여건 및 역량, 발전전략 등에 대한 혁신 계획을 수립해 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원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적정 규모화 우수대학에 대해서 재정지원 시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유지충원율을 점검, 미충족 규모에 따라 정원 감축을 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이런 조치가 정원을 감축하기 위한 강제적인 행위라고 보고 있다. 이행하지 않은 대학들에 대해서 재정지원 중단 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D 대학 교수는 “진단에 합격한 대학들도 취업 경쟁률이 높은 전공 학과를 확대하는 등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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