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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작가
최수현 작가

동화, 소설,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 쓰는 일을 천직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다. 최수현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최 작가는 언제나 작품 속에 우리네 이야기를 담아 공감과 위로를 이끌어낸다.

그는 누구보다 세대, 시대의 변화를 선두에서 체감하며 잘못된 사회적 통념에 대한 지적도 놓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에서 글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최 작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사진=M&Kids)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사진=M&Kids)

최근 최 작가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대처 방안을 담은 동화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출판사 M&Kids)을 출간했다.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를 동화와 접목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꾀한 것은 아이들에게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더 쉽고 빠르게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출간 소감에 대해 그는 “처음에 디지털 성범죄란 주제로 글을 쓰려하니 참 난감하고 어려웠어요. 출판사에서도 주저하면서 의뢰했는데 저도 글을 쓰며 ‘이런 게 가능할까?’란 의문이 들었죠. 하지만 많은 고민 속에서 글이 완성됐고 이렇게 책으로 엮어져 참 다행입니다.”라고 안도했다.

최 작가는 이 책에서 범죄의 대상이 된 것은 절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며,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동화에 녹여낸 이유에 대해 그는 “무거운 주제이긴 하나 디지털 성범죄는 동화를 보는 연령층인 어린이, 청소년과 무관하지 않아요.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는 어린이들이 그런 범죄에 노출되기 너무 쉽고 어린 만큼 그 피해는 더 심각하죠. 하지만 범죄가 벌어지는 양상을 아이들에게 적나라하게 얘기하기엔 표현 수위가 어린이들에게 적당하지 않을 수 있고 자칫하면 불필요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환상이라는 소재를 접목해 좀더 친근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경각심도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누구나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는 슬로건을 강조한 최 작가. 그는 수많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절망의 나락 끝에서 결국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다는 걸 알게 돼 책 집필을 결심했다. 그는 “미약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청소년 피해자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죠. 또 범죄가 발생했어도 피해자가 그런 안타까운 선택으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이 책을 쓴 가장 큰 이유입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최 작가는 성범죄란 주제를 반영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중학생 나이의 두 딸이 있는 그에게 주인공 연령대 소녀에게 벌어질 수 있는 범죄를 알아가는 부분은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굴의 의지로 펜을 잡은 최 작가는 “제 두 딸이 딱 그 나이대라 이런 내용의 책을 쓴다는 것은 고통이었고,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도, 너무 약하게 쓸 수도 없었어요. 적절한 수위를 찾아가는 일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죠.”라고 전했다.

이 책에서 주인공 이도아는 대나무란 비밀 계정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못했던 속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런 도아에게 다가온 의문의 인물 통령, 각 캐릭터의 이름이 가진 의미에 대해 최 작가는 “대나무는 말 그대로 도아가 대나무숲처럼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장소입니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현실에선 실패자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피해자들을 유린하며 자신이 굉장한 사람이란 착각에 빠져 있는 사례를 봐왔어요. 통령은 그 심리를 대변한 닉네임이라고 볼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동화의 끝자락에 디지털 성범죄를 겪었던 도아는 요정의 도움으로 특별한 직업을 갖게 된다. 이 직업을 통해 최 작가는 파렴치한 성범죄자들 때문에 밝고 희망찬 미래를 포기하자 말자란 위로를 건넨다. 특히 이 책의 주 독자층이 어린이, 청소년들이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가 더욱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 작가는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N번방 사건’에 대해 알게 됐고 방송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진화된 연쇄살인’이라고 언급한 것에 크게 공감했다. 그는 “가해자들은 많은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그걸로 경제적 이득까지 취했습니다. 한국 여성에게 가부장적 관념이 남아있는 현 상황에서 첨단기술이 고도로 발전해 벌어진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적인 제한을 둔다고 한들 이런 범죄가 뿌리뽑힐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전 이 책을 여학생들보다 남학생들이 많이 읽기를 바라죠. 그래서 이분법적으로 남자들을 무조건 안 좋게 그리지 않으려고 신경 썼어요.”라며 자신의 가치관을 설파했다.

동화 작가가 된 계기를 자신의 수준에 딱 맞았다고만 표현하며 밝게 웃어 보인 그였지만, 동화만이 가전 강점을 묻자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동화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훈계만 하지 않고 같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어야죠. 누구나 가슴 속에 동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 마음 안에도 어른들이 느끼는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있어요. 때론 더 섬세하고 첨예하게 세상을 느끼며 온몸으로 부딪는 그 어린이의 마음을 동화가 다루고 있죠.”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현재 조선시대 고전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기획 중인 최 작가. 그는 “그 시대, 그 이야기를 다루는 사극”이라고 귀띔하며 “언젠가 동양권을 배경으로 영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란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최 작가는 “이 책을 어린이들이 재밌게, 또 많은 것을 느끼며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디지털 성범죄 현실에 조금이라도 도움되길 바라죠. 처음엔 그저 출판사의 제의로 시작해서 도전해본다는 마음이었는데 자료를 찾고 취재를 하면서 그 마음이 너무 절실해졌습니다. 그리고 숨어있는 피해자님들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라고 말을 마쳤다.

◆ 최수현 작가는?

최 작가는 오펜 1기에 당선된 드라마작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어린이 동화 ‘탄생! 슈퍼스타K’, ‘탄생! 슈퍼스타K 두 번째 이야기’ 등이 있다.

그는 웹 드라마 ‘사랑인가요’라 물었고 ‘사랑’이라 답하다(사물사답)‘ 대본 작업, OCN 인기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구성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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