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은 뭘까?

누군가에겐 풍족한 통장 잔고일 것이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픈 곳 하나 없는 몸일 것이다. 좋은 것만을 선택할 자유일 수도 있으며 좋은 일만 가득한 행운일 수도 있다. 빼어난 외모나 뛰어난 지성일 수도, 단순히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원활히 분비되는 상태일 수도 있다. 이토록 답이 무수하지만 정답은 없다는 점. 어쩌면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이유다. 

안민하 기자
안민하 기자

사람은 늘 타인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모든 이가 악의 어린 충동을 그대로 행동에 옮기지 않는 것, 이를테면 가게 진열장을 깨고 물건을 훔치거나 지나치는 이가 들고 가는 음식을 빼앗거나 미워하는 사람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선의에 의한 것이건 몰상식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건 문명이라는 테두리 안에 머무르는 한 우리는 타인과의 불협화음을 최대한 조율하며 일상을 보낸다. 

반면 ‘완전한 행복’이 조명하는 악인, 신유나에게 타인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타인을 필요로 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애정이라기보다는 유용한 도구를 탐내는 행태에 가까워 보인다. 극단적 나르시스트 유나에게는 자기 자신이 세계인 동시에 절대자다. 그는 타인의 삶을 당연하다는 듯 휘두르고, 쓸모가 없으면 무시하고, 심기를 거스르면 화를 내며 부숴 버린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그가 행복을 찾아가는 수단이자 과정이다.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나는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어.”

그가 내린 행복의 정의는 불로 지진 것처럼 명확하다. ‘불행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 가장 섬뜩한 것은, 유나에게 불행의 가능성은 대부분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히 자신을 떠났으면서 딸을 보고 싶어하는 전남편, 모태가 자신이 아니기에 완벽한 가족의 상에 흠결이 되는 현남편의 아들, 외딴 시골집에서 고된 시간을 보낸 자신과 달리 부모님을 독차지한 언니……. 길을 가로막고 있는 무언가를 치울 수 있다면 치워 버리듯, 이런 ‘걸림돌’들을 제거하는 것은 유나에게는 가책이 되는 일이 전혀 아니다. 

따라서 유나에게 자신의 횡령을 눈감아주지 않은 아버지는 자신을 버린 것이고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자 행적을 파헤치는 현남편은 배신자다.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떠받들지 않고 자신의 저지른 모든 잘못을 기꺼이 포용해주지 않는,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이 방해물이므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유나는 왜 그런 인간이 된 것일까? 안타깝게도, 동시에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명확한 이유를 서술하지 않는다. 유나의 딸 지유, 현남편 은호, 언니 재인의 시선을 통해 윤곽만을 어렴풋 드러낼 뿐이다. 아마 신유나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됐으리라. 악인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은 것은 면죄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작가의 노련함으로 비춰진다. 범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지 않고도, 또 전개가 예측되는 스토리라인을 지니고도 매력적인 타래를 자아낸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재능이다. 

'완전한 행복'
'완전한 행복'

다만 매력적인 이야기였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내용에 부실함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윤리적인 측면에서다. 

완전한 행복은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유정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구설수에 오른 바가 있다. 실제로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주인공이 행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직감적으로 누군가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암시를 남긴 데다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도 해당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발언했다. 

물론 완전한 행복을 고유정 사건을 다룬 이야기라 말하기엔 어폐가 존재한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그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지면을 빌려 밝혀둔다. 이야기를 태동시킨 배아이긴 하나 그 밖의 요소는 소설적 허구다"라는 설명을 덧붙였으며 인터뷰에서도 사건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라 선을 긋는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창작물을 만들면 안 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누군가'의 이야기는 너무 최근의 것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릴 뿐이다. 동시대를 사는 이들이 얽힌 사건을 매력적인 서사의 시발점으로 삼는 것은 일종의 가해가 될 수 있다.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해도 타인의 고통을 전시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흥미롭기 때문에 위험하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전개 방식과 서스펜스 측면에서는 훌륭하지만 윤리적 측면에서는 아슬아슬한 책이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야 많지만, 저자가 작가의 말에 쓴 마지막 문단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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