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RM(방탄소년단) - 이미경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우리나라 곳곳의 구멍가게를 화폭에 담아 온 이미경 작가가 작업 20년을 기념해 엮은 에세이.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 이미경은 둘째 아이를 가진 후 퇴촌으로 이사해 산책을 다니던 중 한 구멍가게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그 후 무려 20여년 동안 전국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구멍가게들의 모습을 펜화로 종이 위로 옮겨냈다. 

저자의 구멍가게 그림들은 저자의 삶이 담긴 기록이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완성한 수백 점의 그림 중 80여 점을 엄선해 모은 것으로 섬세하고도 생생한 터치의 그림과 저자의 어린 시절, 구멍가게 취재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내 읽는 이에게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갑작스런 선물처럼 길에서 마주친 구멍가게의 모습을 화가의 마음으로, 가게에 얽힌 이야기를 기록자의 마음으로 정성껏 그려낸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은 여러 갤러리와 미술관, 아트페어에 초청 전시되며 소소하지만 가치 있는 것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2. 이효리 -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시인이자 노동자이자 혁명가'로 널리 알려진 박노해 시인이 10여 년 간의 공백을 깨고 출간한 시집이다. 

1984년 출간된 '노동의 새벽'으로 문단을 경악에 빠뜨리고 민중의 노래가 되어 전국을 뒤흔들었던 박노해는 1999년 '겨울이 꽃핀다'를 낸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침묵했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그가 12년만에 세상에 내놓은 목소리다. 시인이 약 10년 동안 육필로 새겨 온 5000여 편의 시 중 300여 편을 담았다. 한 권의 책으로 묶인 시들은 삶의 아픔과 슬픔, 인류의 물음과 삶의 근원에 대한 성찰 등으로 읽는 이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박노해는 1980년대 펜을 통해 노동해방과 민주화의 최전선에 자리했으며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는 성찰에 삶을 바치며 인간해방을 향한 사상과 실천에 착수해 왔다. 생태 위기, 전쟁 위기, 양극화 위기, 영혼의 위기라는 인류의 네 가지 위기 앞에서 박노해는 근원적인 혁명의 메시지를 세상에 퍼트리고자 한다. 

우리가 사는 시대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찌르며 등줄기를 서늘하게 하다가도 절절한 호소와 위로로 어깨에 손을 가만 얹어 오는 책. 저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양심을 지키기 위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고독하게 분투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호소한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고. 

 

 

3. 차은우(아스트로) - 프레드릭 배크만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긴 작별이란 뜻의 '롱 굿바이(Long goodbye)'로도 불리는 알츠하이머병. 이 책은 기억을 잃어가는 한 노인과 그 손자의 느린 이별을 담은 이야기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소중한 무언가를 조금씩 잃어 가는 이의 기분은 어떨까.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에는 손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하루하루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에 초조함을 느끼는 한 노인과 그의 아들, 그리고 그의 손자가 등장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은 필연적으로 다가올 손자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점점 적어지는 머릿속 기억에 두려움, 사별한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살갑게 지내지 못한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느낀다.

“처음에는 사소한 걸 잃어버리다 나중에는 큰 걸 잃어버리지. 열쇠로 시작해서 사람들로 끝나는 거야.”

사랑하는 손자를 잊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혼란에 빠진 그는 사별로 헤어진 아내의 정원에 가득 차 있던 히아신스의 향이 나는 어느 특별한 공간에서 세상과 두려움 없이 작별하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 나가는데…… 저자만의 따뜻한 감성과 유머로 슬프지만 온기 어린 위안을 안겨주는 이야기. 추억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4. 아이유 -  박민규 '아침의 문'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을 수상한 박민규의 '아침의 문'과 우수상 수상작인 배수아의 '무종' 등 수작들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한 해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중 가장 주목받은 소설을 엄선해 엮는 책으로 2010년에는 박민규 작가의 '아침의 문'이 제목 겸 맨 앞에 실리는 작품으로 선정됐다. 

아침의 문은 우리 시대가 지닌 삶의 문제성을 근원적인 생명의 가치에 대한 파격적 해석을 통해 새롭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출판사는 서평에서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죽음과 삶의 영역이 궁극적으로 생명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귀결되는 과정은 매우 극적"이라며 "이것은 사소한 일상의 테두리에 얽혀 있는 소설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작가적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그 외에도 자선 대표작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배수아의 '무종', 전성태의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윤성희의 '매일매일 초승달', 김중혁의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편혜영씨의 '통조림공장', 손홍규'의 '투명인간', 김애란의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 등 기발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수록돼 어서 책장을 넘겨 보고 싶게끔 만든다. 여러 편의 중·단편 소설이 읽고 싶은 이에게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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