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도서관. 안민하 기자

대전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27일부터 4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도서관 방역도 한층 강화됐다. 도서관 운영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대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서관 중 하나인 유성도서관을 방문했다. 

유성도서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내달 8일까지 2주 간 운영 인원을 50%로 제한한다. 자료실과 열람실은 오후 9시까지, 어린이자료실은 오후 6시까지만 개방된다. 또 지하 1층의 매점 겸 카페에서는 1시간 이상 머무를 수 없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틀 차에 접어드는 오전, 엑스포과학공원 근처에서는 땡볕을 뚫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 여럿이 눈에 띄었다. 양산을 들고, 혹은 되도록 그늘이 드리운 자리를 골라 디디며 그들이 도착한 곳은 유성도서관이다. 폭염과 거리두기 격상이 겹쳐 도서관을 찾는 발길이 끊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도서관 내부도 한산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1층에 위치한 종합자료실과 어린이자료실의 테이블은 거의 다 찬 상태였다. 책을 여러 권 쌓아놓고 독서 삼매경에 빠진 할아버지, 영어 문제집을 푸는 10대 학생, 동화책을 읽는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이 도서관을 이용했다. 

2층 상황도 비슷했다. 노트북실의 사람들은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무언가를 작업하는 등 묵묵히 할 일을 했다. 칸막이가 세워진 책상이 늘어선 열람실에서는 수험생과 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학구열을 불태우는 중이었다. 

 

1층 종합자료실 풍경. 안민하 기자
2층 열람실 풍경. 안민하 기자

 

도서관에 따르면 거리두기 격상 이후에도 방문객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이들이 도서관으로 모인 가장 큰 이유는 ‘피서’다.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은 중학생 A양은 “집에서는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하고 도서관이 조용하고 시원하니까 왔다”며 “코로나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공부를 해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착잡해했다. 가정주부 B 씨도 “날이 너무 덥고 전기세가 부담돼서 책 읽을 겸 왔다”고 말했다. 

‘방역 구멍’은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선 정숙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도서관의 특성 상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드물었다. 종합자료실과 어린이자료실에 마련된 소파에는 착석 금지 안내문이 붙었고 비치된 책상에는 한 대당 1~2명만 앉아 있었다. 도서관 관계자는 “테이블 당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제거해 머무는 인원 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1층 어린이자료실 소파에 착석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민하 기자 

 

다만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문화행사에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한 이후 대면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대면으로 기획했던 체험프로그램 일부는 거리두기 격상으로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유성도서관 문화행사 기획 담당자는 “초등학생 대상 3D펜 프로그램을 대면으로 준비했었는데 비대면으로 전환하며 재료를 포장하느라 너무 바쁘다”며 “인문학 강좌는 그래도 괜찮지만 체험행사는 진행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느냐”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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