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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 시조시인
이도현 시조시인

불꽃 같은 삶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롯이 시조를 선택한 사람이 있다. 이도현 시조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변함없이 제 길을 걸어온 이 시조시인은 시조를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 묵묵히 활동을 이어간다.

그는 문학이 존재론적 에너지를 품고 있음을 실감 나게 묘사해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필연적으로 시조를 만나 문학의 세계로 들어선 이 시조시인을 만났다.

이 시조시인은 어렸을 적부터 책을 좋아하고 문학인을 꿈꾸던 소년이었다. 시, 수필 등을 써봤지만 그의 정서에 가장 맞는 장르는 시조였고 그렇게 등단을 꿈꾸며 지난 1969년 전국시조 백일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50명만 선발된 본선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그는 부푼 가슴을 안고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시조를 써냈다. 결과는 장려상이었지만 이 시조시인은 실망하긴커녕 이 경험을 기폭제 삼아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매진했다.

결국 시조 ‘선비의 머리카락’을 통해 주목받은 이 시조시인은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조시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고려 말 형식이 정착돼 500년 꽃을 피워낸 시조는 온전한 우리의 역사입니다. 그 속에는 한민족의 혼과 정신이 담겨있어요. 제가 시조를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 있죠. 지금까지도 내세울 만한 작품은 없지만 50년간 시조를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지 우리의 것이기 때문입니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조는 자유시와 다르게 정해진 형식 3장 6구에 맞춰 써야 한다. 이 시조시인은 그 형식에 맞지 않으면 시조 자체가 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형식을 지키는 것이 그의 철칙이자 스스로와의 약속인 셈이다.

그는 “서양의 소네트, 일본의 하이쿠, 중국의 절구와 같은 대표적인 정형시가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표 시가가 바로 시조입니다. 시조 형식의 골자는 초장, 중장, 종장 3장 6구 12소절이에요. 그게 맞지 않으면 저는 과감히 내려놓죠. 특히 종장의 시작은 반드시 세 글자로 써야 합니다. 오랜 시간 분석해본 결과 세 글자가 아닌 작품은 불과 몇 작품 안돼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3이란 숫자는 가장 기본이 되는 숫자죠. 그렇기에 그 율격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자유시에 비해 형식을 지키며 시조를 쓴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는 “자유시처럼 생각하는 대로 압축하면 참 좋았을 텐데 시조는 규칙과 리듬을 어기면 안 되기에 매번 어려움을 겪어요. 정형률을 지키며 그 속에 다양한 의미를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 힘듦을 극복했을 때 비로소 좋은 작품이 나올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본래 문학의 장르라고 하면 시, 소설, 수필, 희곡, 시나리오 다섯 장르를 일컫는다. 시조가 시에 포함되고 독립적인 성격을 갖지 못하자 시조시인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그렇게 결국 시조는 시에서 독립해 그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에 이 시조시인은 “오늘날 현대 시조는 결별이 아니지만, 구별은 됐어요. 옛날에는 창(唱)을 위주로 시조를 주고 받았지만 지금은 그게 사라지고 문학 장르로 포함됐죠. 시조시인들이 자존심을 가지고 시조를 세계화하는데 기여한 덕분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조시인은 지난달 시조집 ‘느지막하게 주신 잔’(출판사 이든북)을 출간하며 시조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단순히 시조만 알리기 위함이 아닌 성경의 의미도 전한다. 그는 “‘아무리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성경이 좀 더 쉽게 읽힐 수 없을까?’란 고민을 하던 중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성경을 시조로 압축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45자 내외로 방대한 말씀을 정리하려고 하니 힘든 부분이 많았죠. 이 책을 통해 교인들에게는 시조를, 문인들에게는 성경을 알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죠”라고 설명했다.

시조집에서 유독 강조된 ‘잔’의 의미를 묻자 이 시조시인은 느지막이 받은 ‘하나님의 은혜’란 단어를 언급했다. 그는 본래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지만, 아내의 영향으로 늦은 나이에 교인(敎人)이 됐다. 그는 “시조집 1, 2부엔 제 신앙심을, 3, 4부에서는 구약, 신약을 시로로 풀어냈어요. 책 속에서 잔은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은혜의 잔, 은총이죠. 출간을 통해 제 고집이 사라지게 됐고 매사가 잘 풀리고 있죠. 인생 후반전에 저를 아낌없이 써주신다는 마음이 더없이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입니다”라고 감격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 시조시인에겐 시조집을 펴냈다는 기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다. 성경의 모든 말씀을 완전히 수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성경의 중요한 부분만 시조와 접목했지 온전한 말씀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어요. 제 욕심으로는 빼놓은 것에 대한 완결판을 내고 싶죠. 또 생을 다하기 전에 제 작품을 모은 전집을 품에 안아보고 싶습니다”라고 소망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쩌다가 이 나이 먹게 됐는데 지금까지 세상을 사랑하고 아껴주지 못했어요. 이제는 친구를 만나 손을 잡아주고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싶은 맘이죠. 저를 완전히 내려놓고 비워내 정말 보람찬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쓰고 싶네요”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 이도현 시조시인은?

이 시조시인은 지난 1939년 충남 예산 삽교에서 태어났다.

지난 1969년 전국시조백일장에 입상했고 1980년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그는 교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중등교장을 역임했으며 가람문학회, 대전시조시인협회의 고문으로 있다.

현재 현대시조 자문위원, 시조문학 평설위원, 한국시조협회, 국제펜대전위원회 고문과 한국문인협회 문단정화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조집 ‘당신의 가을’ 외 10권, 시조선집 ‘바람꽃’, 평론집 ‘현대시조 해설과 감상’ 외 2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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