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켄 리우 외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은 제주도, 중국, 일본 등 우리와 친숙한 아시아 설화들을 SF 세계관으로 각색해 새롭게 그려낸 앤솔로지다.

세계적인 SF 작가이자 중국계 미국인인 켄 리우가 각색한 칠월칠색 이야기를 필두로 각양각색의 익숙하지만 새로운 설화들이 펼쳐진다. 한국 작가 7인은 제주 설화를, 중국의 왕콴유 작가는 춘절 괴물을, 일본의 후지이 다이요 작가는 17세기 아마미섬 설화를 재창조했다.

켄 리우는 후기에서 설화에 대해 "한 민족이 오랫동안 쌓아온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헌법이며, 이 최초의 이야기들은 그 민족이 위기의 시대뿐 아니라 번영의 시대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인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축적되고 각색되며 전해진 이야기들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로 잇는 매개인 셈이다.

아시아의 조용하고 작은 마을부터 뇌에 칩을 심어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까지, 우주와 시공을 넘나드는 문학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2. 더글라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합본은 벽돌 같은 두께에, 분할된 버전은 방대한 권수에 기겁하게 되지만 한 번 펼치면 멈출 수 없는 매력을 지니기도 한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지난 2005년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됐다. 코믹 SF의 고전이자 스테디셀러로 방대한 상상력과 유쾌한 풍자, 작가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어우러진 '범우주적 거대한 농담'을 구성한다. 

어느 평범한 목요일 아침, 아서 덴트는 자신의 집이 우회로 건설 때문에 하루아침에 철거될 위기에 처했단 것을 알게 된다. 불도저 앞에 누워 1인 시위를 벌이는 그를 오랜 친구 포드 프리텍트가 동네 술집으로 데려가는데, 사실 그는 베텔게우스라는 행성 출신 외계인이다. 그가 아서를 데리고 간 이유는 은하계 초공간 고속도로 건설로 지구가 파괴되기 직전이었기 때문인데…….

시종일관 우스운 이야기가 이어지나 그렇다고 구성이 빈약하거나 스토리가 탄탄하지 못한 작품은 아니다. 머리가 아플 만큼 복잡하지 않으면서 설득력이 있다는 기묘한 특징을 지닌 책. 

 

 

3. 이루카 '독립의 오단계'

이 책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독립의 오단계'가 수록된 이루카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우선 '독립의 오단계'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섞여 살아가는 미래를 배경으로 둔 SF 법정소설이다. 인간이 신체 일부를 사이보그화할 수 있게 되며 몇 퍼센트까지가 인간이고 인간이 아닌지를 법정에서 다투게 된 사회에서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뇌와 교감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벽의 은빛 늑대'는 대기오염이 극심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노인전문요양원인 케어센터 6구역에 거주 중인 세 명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젊을 적 그들을 연대하게 했던 은빛 늑대 라이더스를 추억하며 사는 셋은 필터 마스크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에어시티를 꿈꾸며 매주 해피에어권 추첨일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루나벤더의 귀환' 식물인간이 된 친구의 의식을 ‘헤븐나이츠’라는 가상현실 치료게임 참여를 통해 구해오는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읽는 이를 사랑과 가족, 그리고 연대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게 한다. SF는 물론 마음 따뜻해지는 휴먼 드라마까지 잡은 작품. 

 

 

4. 최의택 '슈뢰딩거의 아이들'

'학당'이라는 가상현실 교육 시스템을 배경으로 한 '슈뢰딩거의 아이들'은 세상에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가 유령이어야 하죠?"

'슈뢰딩거의 아이들'은 2050년대 근미래 대한민국이 배경이다. 학당은 세계 최초의 완전몰입형 가상현실 중고등학교로 학생들은 모두 자신만의 아바타를 통해 등교한다. 그런데 학생들 사이에서 정체불명의 유령에 대한 목격담이 돌기 시작한다.

"그들은 절대 유령 같은 게 아니다."

그 유령의 정체는 학당의 두 번째 입학식 날 어느 놀라운 사건과 함께 밝혀지게 된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친다. 

한국 최초의 장편 SF '완전사회'를 쓴 문윤성 작가를 기리는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에 만장일치로 선정된 대작. 특히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내러티브, 인물의 장애나 질병을 대상화하거나 낭만화하지 않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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