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약 1만 9300명의 기관사들이 군 병력과 전쟁물자 수송작전에 참가해 군인, 경찰 다음으로 많이 순직했지만 슬프게도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잊혔습니다."

고(故) 현재영 부기관사의 아들 현은용 씨의 말이다. 현 씨는 "철도유공자의 공로가 잘 알려지지 않은 현실에 가슴이 미어집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황인호 청장이 15일 6·25전쟁 참전 철도유공자 제71주기 기념식에서 국가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대전 동구는 15일 구청 바람정원에서 6·25전쟁 참전 철도유공자 제71주기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은 6·25 전쟁 당시 미군 제24보병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 구출 작전에 자원했던 철도영웅 고 김재현 기관사, 고 황남호 부기관사, 고 현재영 부기관사를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유족·관련기관, 보훈단체장, 미8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는 세 철도영웅과 유족의 사진을 함께 담아 제작한 기념패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또 세 기관사의 자료를 모아 만든 기념영상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황인호 청장이 15일 6·25전쟁 참전 철도유공자 제71주기 기념식에서 기념패를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세 기관사는 1950년 7월 19일 미군 특공대원 30여 명이 탄 미카 3형 129열차를 몰고 충북 옥천 이원역에서 출발, 대전으로 향했지만 딘 소장을 찾지 못해 작전은 실패했다. 김 기관사는 인민군의 총탄을 맞고 순직했으며 팔에 관통상을 입은 현 부기관사 대신 황 부기관사가 열차를 몰고 퇴각했다. 

김 기관사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83년 철도인 최초로 국립서울현충원 장교묘역에 안장됐으며 지난 2021년 미국 국방부가 민간인·외국인에게 수여하는 훈장 중 가장 훈격이 높은 특별민간공로훈장을 수여받았다. 황 부기관사와 현 부기관사도 2015년 같은 영예를 안았다

황인호 청장이 15일 6·25전쟁 참전 철도유공자 제71주기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이날 황인호 청장은 "잊어서는 안 되는 대전 전투의 상황을 이번 기념식을 빌어 다시 새겨야 할 것 같다"며 "철도영웅들을 비롯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자유와 번영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고귀한 유산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것이 호국선열들에게 우리의 소명을 다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 동구는 최근 윌리엄 딘 소장과 그 구출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 '딘 장군'을 영인본으로 제작했다. '딘 장군'은 49년 전인 1972년 출간된 책으로 현 씨가 소장·보관하던 중 구에 제공했다. 

황인호 청장과 관계자들이 15일 6·25전쟁 참전 철도유공자 제71주기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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