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가 대전이 집이라니까 서울 사는 친구가 ‘노잼도시 대전’이래”

방학 맞은 대학생 딸과 대화중에 들은 말이다. 대화를 마치고 ‘노잼도시 대전’을 검색해보았다. 이 표현이 인터넷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9년부터인데, 심각한 것은 언론에서 한두 번 비판적으로 쓴 기사가 아니고 일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도시의 이미지는 인구유입은 물론이고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대덕특구가 대전에 있어 과학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정부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도시 이미지가 좋으면 관광객도 늘어난다.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칭하는 관광 산업은 중소 상공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쳐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대전이 ‘노잼도시’로 인식되고 있다면.

임재만 편집위원
임재만 유성구편집위원

사람은 인식을 통해 행동한다. 그래서 이미지 홍보를 한다. ‘마케팅은 제품과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는 학문적 근거도 있다. 사람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가 오래가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관광도 트렌드, 상품, 친절도, 맛집 등의 요소가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이미지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도시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대천의 머드축제, 제주의 성산 유채꽃단지, 부산하면 해운대 바다. 모두가 가보고 싶은 이미지이다. 그렇다면 대전은? 쉽게 답하지 못한다. 정말 즐길 거리가 없어서일까? 대답은 ‘아니요’이다. 얼마 전부터 인스타에 대전의 가볼만한 곳이 종종 올라온다. 시립미술관, 오류동 맛집, 아쿠아리움, 탁 트인 대청호 카페, 대통령도 다녀간 대흥동 칼국수집, 2천만명이 다녀갔다는 오월드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숨겨진 곳이 많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도시 대표이미지를 살리고 주말이면 대전으로 놀러가자는 사람들이 많아질까? 우선은 행정·과학·농업·유통 등 모든 공공기관의 홍보 종사자들이 나서야한다. 더 늦기 전에 ‘노잼도시 대전’이라는 표현부터 쓰지 말아야하고 대전을 새롭게 알려야한다. 최근 트렌드에 맞는 컨셉을 연출하고 분야별로 즐길 거리를 발굴해 시리즈로 언론에 제공해보자. 언론만큼 강력한 홍보수단은 없다.

그리고 정책적으로 더 많은 여행협동조합을 키워보자. 일반 시민 중에 대전을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전 스토리 투어’를 운영하는 안여종 대표가 그 예이다. 그는 대전의 매력에 푹 빠져 시민들을 모아 주말 투어를 시작했다. 이후 협동조합 설립과 함께 대전시 지원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아마 대전의 구석구석이 가장 많이 알려지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시민 누구나 가이드가 되어보자. 이제 언론 매체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SNS나 유튜브도 강력하다. 중앙시장의 맛 기행, 철새가 날아오는 갑천, 젊음의 남문광장, 100년 전통의 유성호텔에서의 호캉스, 연간 백만명이 찾는 수통골 등에서의 일상을 올려보자. 그렇게 하면 최단 시간에 이미지를 역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싶다. 꼭 기억해야할 것은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데는 다함께 참여해야해야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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