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좋은 키워드, 맵시 있는 문장, 생각나는 컬러, 떠오르는 인물, 눈에 밟히는 영화, 아침 라디오에서 들은 노래, 책, 만화, 드라마, 속담, 격언, 유언, 연설, 역사, 법률, 뉴스, 낙서, 소문 뭐든 좋아. 과학이 내게 찔러주는 건 모조리 챙기는 거지. 챙긴 그것들은 내 공책 속으로 들어가 생각의 재료가 된다네. 수십 페이지 자료를 한두 페이지에 눌러 담는 압축의 시간이지. 생각의 재료가 추려지면 추린 그것들만 붙들고 씨름을 하지. 이때 내 눈은 매의 그것이 된다네."

 

문자, 카톡, SNS, 메일, 리포트, 자기소개서, 기획서…. 우리는 매일 어디엔가 글을 쓴다. 온라인 만남이 잦아지며 누구도 글에서 도망칠 수 없게 되었다. 작가가 아니어도, 카피라이터가 아니어도, 우리 모두는 일터에서, 일상에서 글을 쓰며 살아간다. 

글 한 줄이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기도 하고, 글 하나로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바뀌기도 하니, 이제 글을 못 써도 괜찮은 사람은 없어진 셈이다. ‘나라를 나라답게’,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 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명 카피를 탄생시킨 국가대표 글쟁이 정철. 다른 사람들도 늘상 하는 이야기, 반복적인 생각, 뻔한 메시지에서 탈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그가 생각이 글이 되는 과정을 말 그대로 생중계한다.

'누구나 카피라이터'에는 1인 카피라이터 정철이 의뢰를 받고, 고민을 거듭하고, 경쟁하고 실패하고, 대안을 준비하고, 상대를 설득하고, 결과에 이르기까지 일하는 전 과정이 일기처럼, 편지처럼 담겨 있다. 한 번쯤 들어 본 유명 카피가 탄생한 에피소드와 함께, 광고주에게 선택받지 못한 카피들 또한 수줍게 들어 있다. ‘생각이 글이 되는 과정 생중계’라는 형태를 통해 돼지고기 광고부터 대통령 선거 카피까지 다양한 의뢰를 받아 일하는 과정을 담았고, 각 꼭지 마지막에는 ‘밑줄’ 코너를 두어 카피 창작의 핵심 키워드를 정리했다. 

중간 중간 들어간 ‘기억의 공책’에는 그가 일상 속에서 메모한 단상들을 엿볼 수 있다. 그 속에 숨어 있는 사람과 삶에 대한 묵직한 통찰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제 푸근한 매력이 넘치는 카피라이터와 1대 1로 마주앉을 차례다. 그가 일궈 낸 노동의 현장을 편안하게 구경하며 나의 생각도 글로 옮겨 보면 어떨까. 마음만 먹으면 글을 쓸 수 있는 시대. 이제 당신도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다.

-정철의 '누구나 카피라이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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