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성격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사교성이 뛰어나 매일 밝게 웃음짓는 사람이라던가, 무심한 듯 자발적으로 관계를 거부하는 사람 등. 하지만 내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어떤 사람을 만나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에는 분명 다름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 다름이 때로는 내게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많은 사람들이 이 관계의 상처에 많은 고통을 느끼고 있다. 나는 오늘 그 고통의 근간이 되는 언어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그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내가 바뀌어야 하니 말이다.

황유담
황유담

오늘 들고 온 책은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심리학자인 저자가 다양한 실험과 심리적 이론들을 근거해 우리에게 ‘대화’에서 보다 상처받지 않도록, 그리고 누구보다 효과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대화법을 적어놓은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대화법이 나오는데 그 중 제일 첫 부분인 ‘친절함과 만만함 사이’ 챕터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혹시 자신과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에게 농담하는 것 같지만 기분 나쁜 별명으로 자꾸 불려질 때, 상대가 ‘날 만만하게 보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 상황을 많이 겪어본 적이 있다. 워낙 친하게 지내는 탓에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만약 말실수로 인해 분위기가 싸해질까 그냥 웃어넘긴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이면 상대는 더욱더 날 만만하게 볼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욕 먹어도 웃는 아이’로 보일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분에 맞추려 내 상처를 무시하는 것은 올바른 관계가 아니다. 그런 관계는 언젠가 가장 어이없는 사정으로 깨지기 쉽고, 만약 상대가 진심으로 나와 친하다면, 상대도 내 상처를 무시하는 일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저 쏘아보기라도 해보는 것이 좋다. 기분이 나쁘다는 표현은 꼭 언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몸짓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 때문에 관계를 망치더라도, 나 때문에 분위기가 깨지더라도, 그것을 처음부터 내 탓이라 생각하고 가면 안된다. 나는 내 마음의 상처를 돌본 것이고, 그들에게 표현한 것일 뿐이니까. 하지만 비언어적 표현에만 기대는 것도 좋지는 않다. 말이 아닌 표현이 익숙해지면 오히려 그 반응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때문에 째려보기만 해서 될 것이 아닌, 점점 강도에 따라 다른 행동을 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상처를 받고, 지금 상처를 받았고, 내가 너와의 관계를 끝낼 수도 있다는 마음을 전해야 한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학교나 회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선 사회생활이 하나의 덕목일 수 있다. 그만큼 내가 그 집단에서 얼마만큼 영향력을 끼치는지가 중요한데, 특히 친한 친구보다 더 위의 직책을 맡았을 때, 우리는 많은 난처함을 느끼곤 한다. 상대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은 좋지만 때로 그것이 지나쳐 지시에 가까운 일을 맡기면, 곧장 반박이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친한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는 마음에 그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주는 반응은 옳지 않다. 일의 진행이 늦어지는 것뿐 아니라, 나의 직책에 따른 책임과 권력이 상대에게 고스란히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에서는 그저 쏘아보는 것으로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이 상황에서 지시를 내리며 쏘아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궁극적인 우리의 목표부터 살펴보자. 우리는 지금 상대에게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고, 우리의 목적은 상대가 내 지시에 따라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상대가 지시에 토달지 않고 따를 수 있는 대화를 해야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렸을적에 선생님께서 종이를 가위로 오리라거나, 종이를 반으로 접으라는 지시를 따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때 아무생각 없이 그 지시를 따랐다. 왜 그랬을까? 우리는 보통 신경쓰이지 않는 일에는 토를 달지 않는다. 그땐 그저 믿는 선생님께서 종이를 가위로 자르라고 했을 뿐이고, 우리는 그걸 따랐다. 그곳에선 어떤 부가적인 생각도, 지시도 없다. 이처럼 상대가 내 지시를 따르게 만들고 싶다면, 상대방이 그 일에 대해 생각할 틈을 줘서는 안된다. 다른 말로 쓸데없는 설명말고 먼저 행동으로, 아니면 간단한 말로 지시를 내리라는 것이다.

‘강한’ 사람보다 ‘강해 보이는’ 사람이 이긴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中-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결코 강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강해 보이는’ 사람일 뿐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 또한 그런 사람이고, 나는 그들을 함부로 대해선 안된다. 이 책을 읽고 다양한 상황에서 ‘강해 보이는’ 사람이 될진 모르겠지만, 나는 그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강해 보이는 사람임을 알고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다름으로 인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을테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들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모든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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