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애란 ‘바깥은 여름’

제3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등 일곱 편의 작품들이 수록된 책. 

아이를 사고로 잃은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입동’, 반려견의 죽음을 다룬 ‘노찬성과 에반’, 오래된 연인과의 헤어짐을 그리는 ‘건너편’……. ‘바깥은 여름’의 인물들은 모두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고통을 알고 있다. 상실의 아픔에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한다. 

“누군가의 손을 여전히 붙잡고 있거나 놓은 내 친구들처럼 어떤 것은 변하고 어떤 것은 그대로인 채 여름을 난다.”

소재를 이야깃거리로 소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저자의 서술은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단편 모음의 경우 제목을 수록작 중 한 편에서 따 오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이지만 저자가 ‘바깥은 여름’이라는 새로운 제목을 붙인 것은 끝없이 앞을 향해 뻗어 나가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 버린 누군가에게 잔잔한 위로의 손길을 내밀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2. 마쓰이에 마사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제64회 요미우리문학상 수상작. 일본 문단의 정통성을 잇는 마쓰이에 마사시의 데뷔작. 첫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완성도로 극찬을 받았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건축학과를 갓 졸업한 청년 ‘나’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딱히 대기업에 취업할 생각도, 그렇다고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도 딱히 없다. 존경하는 건축가 ‘무라이’ 선생의 건축 설계사무소에 들어가는 것만이 그의 꿈이다. 그러나 무라이 선생은 신입과 경력을 불만하고 지원서에 한 번도 답을 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졸업 작품을 동봉해 이력서를 제출하고 채용 통보를 받는다.

소설은 타인의 삶을 위하는 건축을 추구하는 노건축가와 그를 경외하며 뒤따르는 주인공 청년의 아름다운 여름날을 담고 있다. 화려하고 압도적인 건축물이 아닌 소박하고 단아한 건축, 튀지 않고 주변과 어우러지는 공간과 한참을 안에서 지내 봐야 알아챌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숨은 편안한 집을 짓고자 한다. 

현실 어디엔가 있을 법한 배경과 사건, 일상을 유려하고도 정중한 묘사로 풀어내 담백하고 소소하지만 결코 지루하지는 않다. 꼭 그곳에 직접 가 있는 듯한 풍부한 서술이 작가의 역량을 돋보이게 하는 책.

 

 

3. 김제이 ‘여름이 떠나기 전에’

유능하지만 까탈스럽고 예민한 가구디자이너 '서재영'과 그를 섭외해야 하는 전자회사 대리 '권인하'. 여름날 펼쳐지는 두 사람의 로맨스. 

회사에서 새로 출시하는 제품과의 협업을 위해 재영과 계약해야 하는 인하는 그의 작업실을 찾지만 길을 찾지 못한다. 헤매는 중 그곳이 어딘지 안다는 한 남자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작업실에 도착하지만 재영을 만날 수는 없었는데, 알고 보니 길을 안내해 줬던 그 남자가 재영이었다. 인하를 애먹이기 위해 정체를 숨겼던 그가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인하와의 인연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맞아, 넌 내 첫사랑이었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평범한 스토리지만 캐릭터 구성력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활용력이 뛰어나 뻔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무더운 여름 산뜻하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이 적격이다. 

 

 

4. 김신회 ‘아무튼, 여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등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김신회 작가가 여름을 주제로 쓴 에세이. 

‘아무튼, 여름’은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협업 에세이 ‘아무튼 시리즈’의 서른 번째 작품이다. 여름을 좋아하지만 그 이유를 ‘그냥’이라고 얼버무리기 싫어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휴가, 여행, 수영, 낮술, 머슬 셔츠, 전 애인 등 여름을 말할 때 흔히 거론되는 주제와 자신의 경험들을 맛깔나게 엮었다.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여름의 순간들과 함께 이만큼 자랐다.”

학창 시절의 초여름 운동장 세면대의 미지근한 물, 한여름의 한강을 따라 뛰다가 숨을 고를 때 불어오던 산들바람,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맥주가 든 비닐봉지를 든 채 걷던 자정 무렵의 퇴근길……. 찬란했던 여름날을 추억하며 그리워하지만 마냥 그때가 좋았다 한탄하는 대신 그 속에서 성장해 온 ‘나’를 발견한 저자의 담백한 서술이 공감 어린 위로를 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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