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책방생활] 종이책을 지키는 곳, 대전 유성구 '광장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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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책방생활] 종이책을 지키는 곳, 대전 유성구 '광장서점'
  • 안민하 기자
  • 승인 2021.07.03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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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도서 소비 형태 아쉬워도
종이책 지키고자 하는 꿋꿋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남아있겠다"

‘지역서점 인증제’라는 제도가 있다. 대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도서시장 활성화로 침체된 지역서점을 돕고 지역 내 독서문화를 활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서점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점에 대한 인식을 책을 파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시에서는 지난달 관내 서점 93곳을 선정, 인증을 완료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인 만큼 앞으로의 길을 닦는 일이 중요하다. 뉴스앤북이 지역서점 인증을 받은 93곳을 찾아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대전도시철도 1호선 노은역 근처, 초등학교와 아파트 근처의 상가에는 2007년부터 주민과 함께한 서점이 있다. 아침에 잠긴 문을 열고 서점에 들어설 때 훅 풍기는 책 향을 좋아한다는 이동민 광장서점 대표와 책방생활 이야기를 나눠 봤다. 
 
광장서점이 문을 연 것은 2007년이지만 이 대표가 서점업에 몸을 담은 건 조금 더 먼 과거다. IMF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직후인 1998년 많은 기업이 줄줄이 도산했고 그가 다니던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 일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 출판사의 실장인 둘째 매형과 서점업을 시작하게 됐고 대전의 다른 지역에서 책방을 운영하다 오늘에 와선 혼자 지금의 자리에 안착했다. 

광장서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원래는 학교를 늦게 마치는 학생들을 위해 10시 반까지 불을 켜 뒀지만 코로나19로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져 30분 일찍 문을 닫게 됐다. 더 일찍 휴식을 취하고 싶을 법도 하건만 그는 손님이 많든 적든 꿋꿋이 카운터를 지킨다. 정해진 시간보다 서점 문을 늦게 닫는 일은 종종 있어도 더 일찍 자리를 뜨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이 대표는 “비가 오거나 날이 궂으면 더 문을 못 닫는다. 비 온다고 일찍 닫아 버리면 왔다 돌아가야 하지 않냐”며 “고지식하다면 고지식한 거지만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골드북서점 선사점 이동혁 대표의 동생이기도 한 그는 형과 비슷한 운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 매장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모든 출판사와 거래를 하지 못하는 대신 책들을 최대한 빨리 구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책을 주문하면 최대 2, 3일이 걸린다. 기다리지 못하는 분들은 어쩔 수 없지만 여유가 있을 때는 다 챙겨 준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꼽는 오프라인 서점의 최대 장점은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도서관의 역할까지는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책을 직접 보고 만지며 고를 수 있다는 건 큰 메리트다. 이는 온라인서점이나 전자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재미지만 이 대표는 이런 장점을 누리는 이들이 줄어든 요즘이 퍽 안타깝다. 그는 “사지 않아도 괜찮으니 머무르면서 책을 골라 봤으면 좋겠다”며 “예전에 비하면 손님들이 서점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다. 오셔도 ‘이거 주세요’ 하고 가고 ‘없으면 주문해 드릴까요?’ 물어봐도 못 기다린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서점에 머무는 이들이 줄어든 현상을 습관의 변화 탓이라 진단한다. 전자책, 오디오북 같은 매체가 발달한 만큼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전자기기에 보다 익숙한 세대가 늘어 종이책의 수요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옛날에는 ‘책으로 봐야 감동이 있지’라는 의견이 많아 영화가 상영되면 원작 코너를 만들어 뒀지만 지금은 원작보다 영화의 수요가 더 높다”며 “TV와 자란 세대들이 움직이고 보여지는 매체에 익숙해져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소비 형태가 바뀌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서점을 운영하는 일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온라인서점의 활성화나 코로나19도 매출이 줄어든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 대표는 “다 힘들어하지만 올해는 서점이 유독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침체된 도서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서점뿐만 아니라 출판사, 도서총판매업에도 숨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책을 생산하는 출판사와 서점에 공급하는 총판이 함께 살아야 시장도 살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책이 서울에서 조금 더 싸더라도 되도록 대전지역에 있는 도서총판매업과 거래를 하려는 편이다. 대전에서 돌아야 할 돈이 서울로 빠져나가면 대전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며 “지역서점인증제로 서점을 활성화하겠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고객의 소비를 권장하는 바우처카드 제도 같은 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것만 유지해도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장기적인 계획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암흑기가 지나갈 때까지 버틸 힘이 있어야 희망찬 미래를 거머쥘 수 있단 마음에서다. 그는 “종이책만의 촉감, 냄새, 추억처럼 오래 가는 것들이 있는 한 쉽게 서점이 없어지거나 전자책에 완전히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남아있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안민하 기자 minha96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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