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로운 거리두기 첫날, 여유 감도는 번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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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새로운 거리두기 첫날, 여유 감도는 번화가
  • 안민하 기자
  • 승인 2021.07.02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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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2~4인 모임이 대부분…
"이대로면 방역 구멍 없을 것"
1일 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생맥주 전문점의 좌석이 거의 다 차 있다. 안민하 기자
1일 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생맥주 전문점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안민하 기자

 

1일부터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대전시의 경우 최근 발생 확진자 수를 감안해 강화된 1단계를 오는 14일까지 적용한다. 일부 수칙은 2단계에 준하도록 조치했지만 5인 이상 집합금지가 8인까지로 완화되고 일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도 풀리며 시민들의 답답함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 첫날 저녁, 서구 둔산동 주점 밀집지역은 한창 기지개를 키는 중이었다. 한 가게에서는 초저녁부터 얼굴이 불그스레한 중년 남성 대여섯이 잔을 부딪쳤다. 가장 큰 테이블에 빼곡히 둘러 앉아 회포를 푸는 그들 옆에는 소주병 십여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풍경이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에는 대부분의 매장이 가득 찼다. 영업 제한시간이 사라진 만큼 이들의 얼굴은 홀가분했다. 잠깐 숨을 돌리려 생맥주 전문점에 방문한 한 취업준비생은 "아무래도 친구들과 아무 때나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된 게 가장 좋다"며 "오늘은 기념으로 친구랑 한 잔 하려고 나왔다. 시간 생각 안 하고 있다가 2차도 갈 예정"이라고 즐거워했다. 

저녁보다 밤에 가까운 시간이 되자 7명 가량 되는 청년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직원들이 아직 5인 이상 단체손님에 익숙하지 않은 듯 잠깐의 지체가 있었지만 곧 7~8인용 좌석으로 이들을 안내했다. 친구의 생일을 축하할 겸 모였다는 이들은 케이크와 파티용품을 앞에 두고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채령(28) 씨는 "인원 제한이 풀려서 기쁘다. 다시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될까봐 바로 왔다"고 말했다. 이경미(28) 씨도 "지금까지 코로나 사태가 너무 심각했어서 거의 7, 8개월만에 모였다"며 "방역수칙이 잘 지켜져서 계속 이 상태가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어 찾은 또다른 가게는 그야말로 만석이었다.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 전이라면 슬슬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어날 채비를 할 시간에도 시간 때문에 초조해하는 이는 없다. 시원한 생맥주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안주를 느긋하게 음미하며 회사 생활, 지인의 안부 등을 입에 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따름이다. 종업원 김주은(21) 씨는 "평소에 사람이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오늘처럼 자리가 꽉 찬 경우는 없었다"며 "아무래도 영업 제한시간이 풀리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연달아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안주를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업주들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손님이 떨어진 기존의 상황이 훨씬 더 난감했던 탓이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최승저(40) 씨는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손님이 많이 안 오셨는데 규제가 완화되면서 손님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이제 매출이 많이 늘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안도했다.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은 영업시간 제한 해제를 특히 반기는 눈치다. 수입의 대부분을 단골 장사로 벌기 때문이다. 한밤 중 찾은 유성구 노은동, 술과 고기를 파는 한 가게에서는 인근 주민들이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장 B 씨는 "손님이 폭발적으로 는 건 아니지만 늦은 시간까지 영업할 수 있게 돼 전보다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희망을 담아 말했다.  

근처의 포차도 번화가에 비하면 한산했지만 상황은 전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점주, 손님을 불문한 모든 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렸다. 사장 박소현(58) 씨는 "오후 5시 반부터 문을 여는데도 전에는 하루에 한두 팀만 왔었는데 손님이 늘어났다"며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니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다"고 기뻐했다. 부부 동반으로 여독을 풀러 온 김 모(51) 씨는 "시간 제한이 있을 때는 음식점에 오래 있을 수가 없어서 이 시간에는 편의점이나 공원 같은 데서 먹었다. 이제 자리를 안 옮겨도 돼서 편하다"고 흡족해했다. 

개편안이 적용되면 방역에 구멍이 뚫릴 거란 일부 우려와 달리 두 지역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모든 가게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QR코드·안심콜 안내에 성실히 임했다. 자체 방역 차원에서 테이블 간 거리와 칸막이를 유지하는 매장도 여럿 있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음식을 주문하거나 잠시 자리를 비울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한 요리주점의 직원은 "인원 제한이 완화되긴 했지만 5~8명 정도 단체손님이 아직 그리 많지도 않고 방역수칙도 잘 지켜지는 편"이라며 "이대로만 간다면 앞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민하 기자 minha96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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