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바렌보임은 1999년,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명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국가와 이스라엘 젊은이들로 구성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서동시집’이라는 이름은 독일 시인 괴테가 페르시아 시인 하피즈의 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집필한 ‘서동시집(West-Eastern Divan)’에서 따 온 것이다. 그 전까지 서양 사람들은 동방문화가 서양문화보다 열등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괴테는 페르시아 시인의 시를 통해 동방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자기 문학 속에 창조적으로 수용했으며, 그 결과 동서양의 문학양식을 이상적으로 결합한 ‘서동시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서동시집이라고 한 것은 괴테가 구현하고자 했던 동서양 화합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이다.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 최종현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 최종현

 ‘점점 세게, 점점 강하게

종교 갈등을 넘어 평화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하모니’

영화 <크레센도>는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중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다니엘 바렌보임이 중동의 화약고라는 오명을 가진 채 현재도 전쟁의 총구를 겨누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젊은 음악가들과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실화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에두아르트’는 평화 콘서트를 제안 받고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거듭된 요청으로 마침내 오디션을 진행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재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을 선발한다. 그러나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과 끼로 똘똘 뭉친 젊은 아티스트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형인 전쟁과 테러로 인한 극한 갈등은 연습 초반부터 분노와 증오로 폭발하고 서로를 공격하기에 이른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못한 지휘자 ‘에두아르트’는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 장소를 옮겨 단원들을 이끌고 알프스로 향한다.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영원히 평행선을 걸을 것 같던 단원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공연을 앞두고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던 팔레스타인 클라리넷 연주자 청년 ‘오마르’와 이스라엘 프렌치 호른 연주자 처녀 ‘쉬라’ 가 사라지는데...

과연 평화를 위한 이들의 오케스트라 공연은 무사히 열릴 수 있을까?

조상은 같지만 살아온 역사와 종교가 다른 두 국가가 같은 지역을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며 시작된 이 충돌의 역사는 짧지 않다. 당장이라도 큰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이 아슬아슬한 위태함은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 영화 <크레센도>는 음악을 통해 평화와 사랑 그리고 희망을 담아내고자 하는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분단의 아픔 속에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남의 일이 아닌 한국의 국민에게도 더 깊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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