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인증이 완료된 서점에 교부하는 스티커. 대전시 제공
대전시가 인증이 완료된 서점에 교부하는 스티커. 대전시 제공

 

대전시의 지역서점인증제 시행 기간이 약 1년 9개월 남았다. 시를 향한 불신이 이어지는 가운데 순탄한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길을 다시 한 번 정비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편법으로 인증을 받는 업체들을 거르고 독립서점과 전통적 형태의 서점이 함께 나아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서점주들은 요구한다. 

지역서점인증제는 온라인서점 활성화·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지역서점을 지원할 의도로 만들어진 제도다. 시는 지난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현재 관내 서점 98곳의 인증을 마쳤으며 완료된 서점은 서점 운영에 관한 컨설팅, 서점 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가 제공하겠다던 문화프로그램·컨설팅 등 지원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지연되자 현장에서는 “시에서 해준 게 없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가 회계, 북큐레이션, SNS 홍보 등 서점주 대상 교육과 9월 독서의 달 연계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 밝히며 이들의 마음은 어느 정도 누그러졌지만 시를 향한 시선에 불신이 섞인 만큼 시가 내딛을 다음 걸음이 더 중요해졌다. 

서점주들은 아직 시행된 지 불과 3개월인 지금이야말로 제도를 재정비할 적기라고 말한다. 지역서점에 어떤 도움이 필요하고 무엇이 우려를 사고 있는지 자세히 살피고 나아가야 추후 고꾸라질 위험이 없다는 진단이다. 그들이 가장 재고를 바라는 부분이 지역서점 인증 기준이다. 

우선 독립서점에 대한 시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책을 통해 교류하는 문화공간·사랑방을 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독립서점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인증이 완료된 지역서점에 실질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은 공공기관에 도서, 교재·교구 등을 납품할 때 우선순위로 고려된다는 것뿐이다. 문화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는 독립서점은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 관련해 한 독립서점 대표는 "지역서점인증제가 시행됐지만 지금까지 딱히 달라진 게 없다"며 "우리의 특수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건가 싶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전통적 형태의 서점에서는 스스로 독립서점이라 주장하며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를 우려한다.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인증 요건 중 ‘바닥면적이 8평(26.4㎡)을 초과하는 매장의 경우 서적을 전시·판매하는 면적이 30%여야 한다’는 부분이다. 30%는 통과하기 너무 쉬운 조건이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서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서점업과 무관한 사업자가 최소한의 조건만 채워 지역서점 자격을 취득할 경우를 걱정하며 “커피숍 한 코너에 책만 갖다 놓는다 해서 독립서점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언뜻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들의 요구사항은 하나다. 본래 취지에 걸맞게만 제도를 운영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가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서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는 한편 한 시장 안에서 다양한 서점이 상생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현장에서는 입을 모은다. 

대전서점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인증 기준이 허술한 부분을 시정하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시에서 지역의 대표적인 서점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고 편법으로 들어오는 업체들을 거를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독립서점 다다르다 김준태 대표는 "최근 새로운 독서문화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독립서점, 동네책방과 기존 서점 생태계를 유지했던 참고서·일반 단행본을 함께 파는 서점이 공존할 수 있는 장기적 플랜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시는 당장 모든 부분을 개선하기는 어렵지만 우선 기준 미달 업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서점인증제 관리지침에 의하면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은 경우와 수시 및 정기 실사에서 인증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상시 실태점검을 하기로 했다. 오는 10월 점검에서 인증기준 미달 시 경고를 주고 그래도 시정이 안 될 경우 인증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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