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남쪽 원숭이라는 뜻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손을 쓰는 사람이라는 호모 하빌리스, 직립보행을 하는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생각하는 사람의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해왔다. 호모 사피엔스는 석기시대와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문화와 철학, 신학과 과학에 기반한 인류 문명을 창조해왔고 세대에 걸친 지식 전달을 통해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이뤘다.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고 사고하는 모든 것들은 수십만 년동안 쌓여진 지혜의 산물인 것이다. 그런데 21세기가 되면서 새로운 인류가 나타났다. 이름하여 포노(PHONO) 사피엔스, 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류라는 의미다. 이들은 과연 미래의 신인류인가? 아니면 어느 저널리스트가 순간적인 아이디어로 창조해낸 의미 없는 표현이며 그저 잠깐동안 사람들의 관심에 오르내렸다가 사라질 사회현상인가?

포노 사피엔스는 거창한 표현이긴 하지만 사실 디지털 문명을 이용하는 젊은 세대를 뜻한다. 하지만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앞으로 인류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상상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 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세대를 의미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아날로그적 경제, 철학, 사회관계에서 벗어나 디지털화된 인공지능에 기반한 과학문명의 시작에 서 있는 세대를 표현한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스마트폰이 없던 과거에는 지인들과 좀 더 자주 만나며 그간의 일상을 대화를 통해 공유하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면서 눈빛으로 서로를 교감하고 요즘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는지 유추하면서 좀 더 깊은 관계를 가지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관계의 많은 부분을 SNS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단체 SNS 창에 내가 속해 있다면 그 자체가 그들과 함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시간적 제약 없이 언제든지 대화를 시도할 수 있으며 나의 감정은 이모티콘이나 자판의 기호를 적절히 활용해 표현하고 만일 누군가가 마침표를 여럿 표시하거나 슬픔의 이모티콘을 보낸다면 그것들을 통해 그의 감정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도 해 준다.

원하는 물건을 검색어에 입력하면 수많은 제품들이 나타난다. 제품의 정보는 다양하며 실제로 보지 않아도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동영상을 통해 제품의 형태와 기능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가격 또한 자동으로 비교해 주니 그저 침대에 누워 손가락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이 구매되고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배송업체가 내 집 앞에 물건을 배송해 준다.

적어도 나에게 스마트 폰은 온라인 은행거래, 온라인 구매, SNS, 사진촬영 기능의 정도였지만 이마저도 상당히 편리함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정도의 기능만을 가지고 포노사피엔스라고 불리울 수 있을까?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신인류라는 의미로 최초에 쓰여졌지만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디지털 문명을 태어날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세대를 이야기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인터넷, SNS, 온라인 구매, 전자화폐 등과 같은 디지털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는 세대다. 어찌 보면 지적으로 가장 평등한 세대이면서 가장 민주적인 세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포노 사피엔스 세대는 제품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영향력도 생산자에서 구매자로 이전시키고 있다. 기업이 제품에 대한 이들의 관심을 팬덤문화로 키울 수 있다면 비용을 들여 제품광고를 할 필요도 없이 소비자가 스스로 상품을 선택하고 아무 대가 없이 광고를 해 주며 소비를 확장시켜 주는 것이 포노 사피엔스 세대의 문화다. 상품의 유통은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을 넘어 온·오프라인과 물류가 디지털로 결합되는 새로운 형식으로 발전하며 데이터화 되고 있다. 거래에 사용되는 화폐조차 전자화 돼 지갑 속 현금이 아닌 QR코드 결재시스템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전자화폐 사용에 거리낌이 없다.

신인류의 탄생은 거창하긴 하지만 세상이 디지털화되고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며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스마트 기기와 인간이 연결되어 인간의 오감이 모두 디지털로 생성되고 인간의 경험과 사고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빅데이터화 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그들을 정말 새로운 사피엔스 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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